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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하바나 블루스 (Habana Blues, 2005)


'하바나 블루스'는 쿠바의 억압된 공산주의 체재에서 탈출하고 싶어하는 두 청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루이와 티토는 뮤지션으로 성공을 위해 활동하는 음악가들이다. 빨간색 고물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음반 데모에 쓰일 곡들을 녹음하는 모습과 그들의 음악 연주 장면을 교차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진행된다.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제 3세계의 음악가들을 찾던 과정을 그린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처럼 영화 속에서도 쿠바의 뮤지션들을 찾아다니는 음반 관계자들이 등장한다. 평소에 알고 지내던 라디오 방송국 관계자로부터 스페인에서 온 마타라는 여성을 소개받은 루이와 티토는 성공을 위해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적극적으로 마타를 쫓아다니며 그녀의 환심을 산 그들은 정식으로 평가를 받은 후에 자신들이 오디션을 통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마이애미에서 음반 관계자들과 조율만 하면 스페인에서 정식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 그들은 성공에 취하여 자신들에게 펼쳐진 장밋빛 미래를 꿈꾼다.

영화는 꿈을 향해 나아가던 루이가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깨달아가면서 갈등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루이의 아내인 카리다드는 음악가로서 성공하기 위해 연주에 몰두하는 루이 대신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교사로서의 꿈을 포기하고 목걸이를 만들어 살림을 꾸린다. 하지만 현실적인 장벽은 카리다드의 심정을 괴롭힌다. 장사를 위해 자릿세를 지급해야 할 돈조차 없는 판에 그녀의 남편인 루이는 그저 음악을 위해 가정을 소홀히하는 것도 모잘라 여자들에게 추근거린다. 자식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루이와 동거를 계속하던 카리다드는 어느 날 미국으로 밀입국하여 함께 살자는 어머니의 편지를 받는다. 카리다드는 자신을 힘들게하는 쿠바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하지만 막상 결정을 한 후 루이를 남겨두고 간다는 일말의 죄책감을 가진다. 가정을 소홀히 하고 다른 여자와 어울리던 루이로서는 아내와 아이들을 미국으로 보내겠다는 계획을 반대할 자격조차 없다. 하지만 아이들에 대한 사랑만은 다른 아버지 못지 않은 루이는 스페인으로 이주한다면 자신의 아이들과 평생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 한다. 루이는 자신에게 중요했던 것이 가족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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