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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공자-춘추전국시대> 공자가 된 주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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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을 보았을 때 양조위가 대신한 주윤발의 빈자리가 크게 아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역사 속 가장 위대한 전쟁의 부활"이는 현란한 타이틀과 중화권과 일본의 거물급 배우들, 거대한 스펙타클에 비해 한중일 합작의 영화 속 이야기가 너무 초라했기 때문이다. 오우삼은 손자병법이 이미 존재했던 삼국시대를 마치 헤이안시대처럼 만들어놓았다.

그리고 이제 주윤발은 <공자-춘추전국시대>에서 문무에 모두 뛰어난 공자로 우리를 찾아왔다. 유교와 전통을 폭력적으로 내던졌던 20세기의 중국은 어느새 슬그머니 뒤로 사라지고, 공자는 위대한 중화민족의 시조로 화려하고 자신만만하게 부활했다. 단순히 역사의 재해석, 고대사와 관련된 논쟁을 떠나 역사가 지금 힘의 논리에 의해서 어떻게 재구성되고 있는지 이 영화만큼 제대로 보여주는 중국 영화도 드물 것이다.

마오의 중국과 현재 중국 사이의 간극이 마치 80년대 홍콩 느와르 영화에서 성냥을 입에 물고 몸을 날리며 총을 쏘던 젊은 시절의 주윤발과 온화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늙어 위대한 중국인을 연기하는 지금의 주윤발 같았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