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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구두닦이 (Sciuscià, 1946)

'구두닦이'는 2차 대전 직후 구두닦이로 살아가던 두 소년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당시의 가혹한 현실을 드러낸다. 영화의 첫 장면은 두 소년이 말을 타고 다니는 모습을 통해 그들의 즐거운 감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파스콸레와 주세페가 말에서 내리는 순간 그들은 다시 구두닦이로 연명하는 현실로 되돌아온다. 아이들은 두 사람이 현재까지 모은 돈이 말을 구입하기에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조금만 노력해서 돈을 모은다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열심히 구두닦이 일을 한다. 미군들이 다니는 거리를 드나들며 그들에게 초콜렛같은 구호품을 받고, 미군의 구두를 닦아 돈을 버는 소년들의 모습은 전후 시절 이탈리아의 어려운 현실을 드러낸다.

그러던 어느 날 점쟁이 노파에게 담요를 팔아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기로 한 파스콸레와 주세페는 불시에 찾아온 경찰들에게 현장을 들키고 만다. 불법으로 장물을 거래했다는 명목으로 노파의 집에 들어온 경찰들의 모습을 본 소년들은 그들이 주세페의 형과 그의 패거리들임을 알게 된다. 주세페의 형은 여기 있던 일들은 없던 것으로 하라고 말하며 아이들에게 입막이를 하는 대가로 돈을 쥐어준다. 갑자기 뒤바뀐 상황에 소년들은 잠시 당황하지만 주세페의 형이 준 돈 덕분에 말을 살 돈을 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상황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꿈을 이룰 수 있게 된 소년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계단을 내려간다. 이후 마치 개선장군처럼 뽐내며 거리에서 말을 타는 소년들의 모습은 꿈을 이룬 소년들의 기쁨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들의 기쁨은 경찰이 등장하면서 비극으로 전환된다.

형사를 사칭해 노파의 집을 도둑질한 일당을 잡기 위해 경찰은 파스콸레와 주세페에게 그 때 있었던 인물들의 신상을 실토할 것을 요구한다. 주세페의 형이 연루된 강도단들의 정체를 밝힐 수 없었던 소년들은 입을 다물고 묵비권을 행사한다. 그들의 행동을 참지 못한 형사는 그들을 소년원으로 보낼 것을 명령한다. 영화는 소년원에 갇힌 소년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써 열악하고 잔혹한 소년원의 실태를 묘사한다. 아이들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범죄에 가담하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어른들은 소년원을 마치 어른들을 수감하는 교도소 못지 않은 열악한 시설과 강압적인 규율을 통해 아이들을 통제한다. 아이들은 영악하니 철저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말하는 소년원장의 단호한 태도는 소년원을 통해 아이들을 교화시키기 보다는 그들을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당시 법치 체재의 가혹함이 간접적으로 느껴진다.

소년들은 자신들이 입을 다물고 버티기만 한다면 곧 상황이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파스콸레와 주세페는 각자 다른 감방에 갇히게 되면서 처음으로 이별이라는 쓰라린 경험을 맞이하게 된다. 각자 다른 환경에 놓인 소년들은 멀리 떨어진 상대방의 안부를 묻고 위문품을 간직하면서 다시 만날 친구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들의 우정은 경찰의 심문을 통해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다. 두 소년이 좀처럼 범인들의 이름을 실토하지 않자 경찰은 어린 주세페를 다른 방에 가둬두고 벨트를 휘둘러 파스콸레의 마음을 괴롭힌다. 그것이 가짜임을 알지 못했던 파스콸레는 주세페의 고통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그의 형의 이름을 털어 놓는다. 방을 나오고 나서야 파스콸레는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차마 주세페에게 자신의 실수를 말하지 못한다. 어느 날 어머니의 면회를 통해 형이 경찰에 붙잡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세페는 파스콸레에게 분노하고 만다. 서로 떨어진 감방으로 인해 멀어진 두 아이는 점점 마음 속에 우정 대신 증오가 자리잡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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