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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게임의 규칙(언 에듀케이션,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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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풋풋하고 반짝이던 스무살이었다면,
영화 <언 에듀케이션> 속 예쁘고 똑똑한 여주인공의 감정에 지나치게 몰입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서른 살을 훌쩍 넘어 초라하게 늙어가는지라 결코 전면에 두드러지지 않는 부모와 선생의 마음에 도리어 공감하게 되었다.

이상적인 사회의 교육제도에서라면 교육자는 "교육이 왜 필요한가요?"라고 묻는 학생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대답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불평등한 현실에서 선생과 부모가 그 답을 주기란 쉽지 않으므로, 학생이 교육의 가치를 깨닫는 것은 나이가 들어 현실을 체감하거나 학교나 제도권이라는 라인 밖으로 밀려나는 순간이다.

'왜'가 아니라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이 중요하다는 대사처럼, 교육 받을 기회, 더 나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다는 상황이 본인에게는 일종의 굴레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그와 상관없이 이미 승자의 현실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과연 모범생의 현실이 재미없는 것일까? 반대로 그의 현실이야말로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를 쌓아가는 인생이 아니던가?

게임이 시작되었을 때 이 판을 뒤엎고 새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플레이어가 룰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것이 룰을 제대로 파악하고 전략을 세우는 것만큼 이기는 데 영리한 방법은 아니다.

만약 내가 손쉽게 사랑도,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충만함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 어렵게 만들어준 기회를 내던졌던 여주인공의 부모나 선생이었다면 어리광을 받아주기 전에 뺨을 한 대 먼저 갈겼겠지만, 그랬다면 이 영화는 사랑스럽지도, 유쾌하지도 않은 이야기가 되어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지나치게 쉽게 문제가 해결되어버리는 이 발랄한 영화가 어딘가 만족스럽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