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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캔슬된 거리의 안내(요시다 슈이치, 도시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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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여행자'라는 제목으로 나왔길래, 여행 에세이라고 착각하고 잘못 사버렸다. 책소개도 어딘가 그런 느낌이었는데라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에게 줘버릴까 하다가 표지가 인상적이어서 그냥 읽기 시작했다. 커버를 벗겨내자 하드커버 위의 펼쳐진 아마도 어디에도 없을 도시의 지도가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아련함을 불러일으켰는지도.

일본 소설 특유의 (나로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말랑말랑함이 하루키와 한번도 끝까지 읽어본 적 없는 에쿠니 가오리를 반반 섞어놓은 느낌이었달까? 길이도 짧고 글자도 크고 여백도 많고 그다지 보고자 하지 않았으나 눈에 띈 오탈자와 띄어쓰기 실수와 더불어 페이지마다 잊지 않고 등장하는 외로운 한 글자 문장이 좀 불만스러웠지만 그래도 금세 다 읽어버렸다. 문고판이었다면 이렇게 불만족스럽지는 않았을 텐데 싶었지만 한국에서 그건 무리이니까, 뭐.

'キャンセルされた街の案內'란 원제가 더 낫지 않나라고
속표지 뒤의 판권면을 본 순간에는 생각했으나, 막상 한국어로 번역된 마지막 소설의 제목을 보자 그 제목의 간격이 실제 장소와 기억 속의 장소 사이의 거리 만큼 아득해 보였다. 그래도 물론 이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소설은 '캔슬된 거리의 안내'였지만. 요시다 슈이치의 다른 소설을 더 읽을 것 같지 않지만 어디론가 떠나보고 싶은 마음이라면 기분전환 삼아 읽어볼 그다지 나쁘지 않았던 글이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