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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시리어스 맨] 코믹한 동시에 진지하고 심오한 우화


무겁고 심각한 영화와 가볍고 우스꽝스러운 영화를 번갈아서 만들어온 코엔 형제의 신작의 제목이 <시리어스 맨>이다. 하지만, 그들의 성향으로 예측해 볼 때, "시리어스 맨"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정말로 "시리어스"할 것인지는 의구심이 앞섰다. 이상한 캐릭터들로 가득차 보이는 예고편을 보고서 괴상할 것이 분명하다는 마음의 준비를 어느 정도 하고서 영화를 보러 갔지만, 영화는 의외로 코믹하면서 심오했다. 그리고 그 심오함이 나의 이해력을 뛰어넘는 수준인 것 같아서 장문의 리뷰는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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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래리 고프닉으로 분한 "마이클 스터버그"는 리들리 스코트의 <바디 오브 라이즈>에서 디카프리오의 변호사로 3분 정도 출연한 것을 본 게 전부인 낯선 배우이지만, <시리어스 맨>에서의 연기는 최고였다. 마치 살찐 우디 알렌을 연상시키는 그의 신경질적이고 불안한 유태인 연기, 특히 표정 연기는 테뉴어 심사를 앞둔 예민한 교수 래리의 캐릭터와 완전히 일치한다. 형인지 동생인지 그의 형제로 출연한 아더 역의 "리처드 카인드"는 미국 시트콤 - 제목이 뭐였더라 - 에서 굳어진 그 모자란 듯한 이미지와 너무 잘 맞으며, 코미디이면서도 결코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만드는 교묘한 편집과 촬영, 그리고 배경 음악에는 코엔 형제와 함께 일해온 베테랑 스탭들의 호흡이 녹아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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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본편과 연결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연관이 되는 듯한 영화 시작 전의 랍비 우화는 생각할 수록 알쏭달쏭하며, 연로한 랍비가 제퍼슨 에어플레인의 멤버들을 읊어댈 때는 참을 수 없이 웃음이 터져나온다. 이런 영화를 코엔 형제 말고 도대체 누가 만들 수 있을까.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과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더 쉬울지 아니면 코엔 형제가 말하려는, 안드로메다에서 날아온 듯한 은유와 상징을 이해하는 것이 더 쉬울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어차피 이해하기가 힘들다면 딱딱한 물리학 이론보다는 난해한 영화적 스토리가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시리어스 맨>은 뭐라고 결론은 못 내리겠지만, 뭔가를 자꾸만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마지막 장면의 토네이도가 도대체 어떻게 되었을지 자꾸만 생각나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