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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하하하 (夏夏夏 / 홍상수 감독,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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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으로 두 남자가 여행을 떠난다.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같은 사람들을 만나며 같은 공간을 스쳐 지나가지만, 단 한 번도 서로를 마주하지 않는다. 한 명의 주인공을 내세워 대구를 통해 영화적인 의미를 만들어냈던 전작들과 달리, <하하하>에서는 두 주인공의 과거를 교묘하게 병치시키며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 “홍상수 영화가 더욱 유머러스해졌다”는 말이 언젠가부터 그의 영화를 따라다니고 있지만, 그것은 홍상수 감독이 영화에 유머적인 코드를 더했음을 뜻하는 말은 아니다. 다만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더욱 관조적이고 여유롭게 변했을 따름이다. <하하하> 역시 전작 못지않게 여유롭고 유머러스하지만, 변함없이 사색적이기도 하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을 하니까 삶이 피곤한 것이라고 말했던 홍상수 감독은 이번에는 남의 생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즐거운 것을 생각하지 못해 사람은 이기적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렇게 약간의 변주를 통해 홍상수 영화는 또 다시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GOOD: 주옥같은 대사가 많지만, 그럼에도 기억에 남는 단 한 마디. “장군님, 사랑합니다!”

BAD: 두 주인공이 안주 삼아 주거니 받거니 나누는 이야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느낌?

* 조이씨네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