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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참새들의 합창] 가난과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땀과 눈물


1997년에 <천국의 아이들>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며 많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끌었던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작품을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2년 전 쯤인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그의 2008년작인 <참새들의 합창>은 포스터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서였는지 관객들에게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금방 종영되어 버렸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란 영화들이 보통 그러하듯이 단순하다. 이란 어느 마을에서 가난한 삶을 꾸려가던 한 가족, 시험을 앞둔 청각장애인 큰딸의 보청기가 고장이 나자, 온 가족은 비상이 걸린다. 타조 농장에서 일하는 일꾼인 아버지는 엄청난 보청기 수리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애써보지만, 설상가상으로 타조 농장에서 타조 한 마리가 도망을 가는 바람에 해고까지 당한다. 누나의 보청기를 고장낸 데 일조를 한 남동생은 금붕어를 10만 마리를 키워서 큰 돈을 벌겠다는 꿈에 부풀어 친구들과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우연히 테헤란 시내에 갔다가 오토바이 배달로 돈을 벌기 시작한 아버지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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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가난한 가장이 갑자기 큰 돈을 벌기란 복권에 당첨되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무리를 하다가 큰 사고를 당하지나 않으면 다행일런지도 모른다. 타조를 찾겠다고 새벽부터 인적 하나 없는 민둥산에 올라 타조 분장을 하고 헤매이는 주인공의 모습은 가슴찡한 슬픔 뿐 아니라 경건한 느낌까지 준다. 하지만 시골 마을에서 큰 돈을 벌 방법이 무엇이 있겠는가. 우연히 북적이는 테헤란 시내에서 얼떨결에 오토바이 택배를 하게 된 아버지는 도시 사람들이 무심코 소비하는 화폐 단위의 크나큰 격차에 충격을 받는다. <천국의 아이들>에도 슬쩍 묘사되었던 이란 사회의 엄청난 빈부 격차는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면서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때로는 가족들에게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아버지이기도 하지만, 자식에 대한 애정만큼은 너무도 따뜻한 주인공은 착하고 성실한 가장이다. 하루하루의 노동 중에 맞닥뜨리는 행운과 불행에 웃고 울지만, 보청기를 살 돈은 쉽사리 모아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금붕어로 부자가 되겠다는 아들의 애틋한 노력도 결국 보상을 받지 못한다. 고단한 현실을 미화하지 않으면서 순박한 가족의 생활을 그대로 전달하는 이 영화는 느린 호흡으로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나 있을 법한 가난한 가족의 일상을 담아낸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들을 위로하는 아버지의 노래는 90분 내내 가족을 응원하던 마음을 뒤흔들며 눈물짓게 만든다. 앞으로도 이들의 삶은 고되고 힘들 것이지만, 타조 알 하나로, 중고 TV 안테나 하나로 웃음꽃이 피는 이들 마음 속의 온기는 계속될 것이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게 만드는 금붕어 한마리의 모습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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