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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로버트 해리스, <고스트 라이터>

'고스트 라이터'는 유명인사의 자서전을 대필해주는 작가의 고백을 통해 흥미진진한 음모론을 전개하는 점이 특징인 작품이다. 소설은 한 남자의 죽음을 두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내면서 그의 의문스런 죽음에 호기심을 제기한다. 전직 영국 수상인 애덤 랭의 참모이자 그의 자서전을 대필하던 마이클 맥아라라는 남자의 죽음은 소설의 주인공에게 뜻하지 않은 기회로 찾아온다. 출판사에서 애덤 랭의 유령 작가였던 맥아라의 후임으로 주인공을 선택한 것이다. 소설은 맥아라의 죽음을 드러내면서 그의 죽음이 영국 수상과 관련있을지 모른다는 실마리를 살짝 드러내더니 주인공에게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통해 애덤 랭의 자서전 집필 작업 속에 뭔가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한편 '고스트 라이터'의 배경은 테러의 공포 속에 두려워하는 영국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지하철에서 벌어진 테러로 인해 벌어진 피해를 tv로 생중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주인공과 그의 동거인의 대화를 통해 영국의 수상이었던 애덤 랭이 추진한 대테러 정책으로 인해 무고한 영국 국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주인공이 애덤 랭의 자서전 대필을 맡기로 결정할 무렵 국제 사회는 애덤 랭이 수상 시절 자행한 '태풍 작전'으로 인해 큰 갈등을 겪는다. 무고한 파키스탄 계 영국인들을 체포해 CIA에 인도한 그의 결정을 폭로한 라이카트는 랭을 전범행위로 국제형사재판소에 고발한 것이다. 자서전 집필을 위해 미국의 한 별장에 갇혀 지내던 애덤 랭의 주변을 배회하던 주인공은 대테러전에 대한 그의 심경을 중점적으로 담아내라는 출판사의 요구에 굴복하고 만다.

이처럼 소설은 자서전 집필 속에 숨겨진 정치적 음모를 넌지시 암시하지만 애덤 랭의 주변에서 유령처럼 배회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자서전 집필의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나간다. 소설은 자서전의 대필 작가를 유령이란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 작가인 자신의 존재를 드러나지 않은 체 해당 인물이 스스로 글을 쓴 것처럼 서술해야 하는 점 때문에 주인공은 자신을 실체없는 유령으로 묘사한다. 한편 주인공이 애덤 랭의 전임자였던 맥아라의 원고를 살펴보며 죽은 사람의 심정을 헤아려보는 과정은 마치 유령의 존재를 찾아다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전직 자서전 집필자였던 맥아라의 원고를 본 주인공은 그의 꼼꼼한 기록에 질리고 만다. 독자들에게 생동감과 동질감을 주지 못하는 사실로 이루어진 원고론 출판사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이고 감각적인 필체를 통해 독자들에게 유명인사의 삶을 일체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 주인공은 애덤 랭과 대화를 통해 극적인 사건별로 이야기를 꾸려가려고 한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맥아라가 수집한 애덤 랭의 케임브리지 시절 사진을 발견한 주인공은 애덤 랭의 진술과 사진에 보여지는 그의 젊은 시절이 불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애덤 랭의 생애를 마치 자신의 삶처럼 동질화하며 이야기를 구성하던 주인공은 사실의 불일치를 알게 된 후 더 이상 애덤 랭의 삶에 동질화될 수 없게 된다. 사실의 불일치를 확인하기 위해 맥아라의 행적을 뒤쫓게 된 주인공은 마치 유령의 흔적을 쫓는 사람처럼 그의 마지막 날 모습을 추적한다. 애덤 랭의 측근들의 눈을 피해 사건을 홀로 추적하던 주인공은 애덤 랭의 삶에 숨겨진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된다. 자서전에 쓰일 녹음을 위해 전용기에서 대면한 두 남자가 진실을 두고 갈등하는 모습은 극적인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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