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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들어 줘, 솔직하지 못하니까(청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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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 줘'라는 말 앞에 생략된 말은
아마도 '솔직하지 못하니까'일 것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우리는 더더욱 솔직해질 수 없다.

유쾌한 펑위옌의 매력을
추자현과 함께 찍었던 드라마 '연향'에서는 느낄 수 없었지만,
<청설>에서는 그를 포함한 모든 배우가 정말로 몹시 사랑스러웠다.
말소리는 없지만
표정과 행동, 문자로만 이어지는 대화가 오히려 귀엽고 즐거웠다.

(신체적 장애와) 가난과 가족이라는 짐을 지고
이 시대의 청춘은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서로) 사랑할까?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분명히 이 영화는 충분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청춘이란 사실 별 것도 아니고 별 것도 없는 것임을,
그저 실패, 좌절, 쓰라림, 약함 그 자체였다고
나이가 든 나는 이제 생각한다.
그럼에도 청춘이 멋진 것은 그것은 결국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고
따라서 정면으로 부딪혀도 괜찮은 때였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공기,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작품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이 영화에 타이페이 거리와 대만 음식의 냄새가 물씬 배어 있어
서울의 청춘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낯선 그 공기가 아련하고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