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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요짐보 (用心棒, 1961)

세르지오 레오네의 '황야의 무법자 (A Fistful Of Dollars)'를 본 사람이라면 '요짐보'의 이야기는 너무나 익숙할 것이다. 왜냐하면 '황야의 무법자'가 '요짐보'를 서부극 형식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황야의 무법자'를 본 나로선 이야기의 구성이 매우 친숙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원작인 '요짐보'가 '황야의 무법자'보다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얼굴을 찡그린 표정으로 담배를 물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무법자 캐릭터에 비해 미후네 도시로가 연기한 쿠와바타케 산주로(桑畑三十郎)가 더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라쇼몽'이나 '7인의 사무라이'에서 보여지는 미후네 도시로의 모습이 굉장히 야수적이고 광기마저 느껴지는 거친 캐릭터였다면, '요짐보'에서 보여지는 사무라이 캐릭터는 여유가 넘치면서도 중후한 멋이 느껴진다. (앞의 두 작품에 비해 풍채가 좋아진 미후네 도시로의 모습이 여유있는 느낌을 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첫 장면에서 클로즈업 쇼트로 보여지는 산주로의 뒷모습은 그만의 개성적인 특징을 잘 드러낸다. 어깨를 들썩이면서 가려운 부분을 긁어대는 모습 그리고 나뭇가지를 던져 방향을 정하는 모습을 통해 낙천적이면서도 느긋한 느낌을 전달한다.

산주로가 마을에 도착하는 순간 바람이 불어대는 황량한 배경을 통해 두 집단에 의해 폐허가 된 마을을 인상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개가 물고 있는 부분이 클로즈업되면서 드러나는 장면은 충격과 두려움을 전달한다. 무법자들의 결투로 마을이 엉망진창이 되고 관짜는 목수만 돈을 버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지켜본 산주로가 두 집단을 왔다갔다 하며 돈을 버는 모습은 '황야의 무법자'와 비슷하지만 미후네 도시로의 캐릭터가 훨씬 여유롭고 낙천적인 모습을 보이는 점이 원작의 매력이다. 특히 두 집단을 싸움붙여 놓고 사다리에 올라가 두 진영을 지켜보는 산주로의 모습이 코믹한 느낌을 준다.

또한 마을의 주도권을 두고 대립하는 두 집단이 지방 감찰관의 눈을 피하는 장면을 통해 폭력으로 주민들을 괴롭히는 무법자들이 권력에 굴복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코믹하게 묘사한다. 사다리 너머로 죽기살기로 대립하던 두 집단이 감찰관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가게 문을 열어 평화로운 상태로 전환하는 과정이 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감찰관들이 뇌물을 받아먹는 모습을 술집 너머로 지켜보는 산주로의 모습 역시 코믹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잠시나마 정전을 이루던 마을은 다시 대립을 하게 되는데, 산주로를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해 양측에서 제안을 하는 모습을 웃음을 준다. 이 상황을 즐기던 산주로에게 그의 계획을 방해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나카다이 다쓰야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에서 본격적으로 악역을 맡은 우노스케는 냉혹하면서도 영리한 인물인데, 산주로의 계획을 방해하기도 하며 능글맞게 접근하는 그를 경계하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칼을 사용하는 사무라이들과 달리 권총이란 신무기를 이용해 상대방을 제압하는 점도 우노스케의 독특한 개성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