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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들개 (野良犬, 1949)

미후네 도시로의 초기 작품 중 하나인 '들개'는 젊은 신참 형사와 나이든 고참 형사의 만남을 통해 범죄자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들개'의 특징은 미후네 도시로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다는 점인데, 아직 배우 경력을 쌓기 전의 모습을 반영하듯 미후네 도시로가 연기한 무라카미란 인물은 열정은 있지만 아직은 경험이 부족한 신참 형사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또한 무라카미와 대조적인 시무라 다카시의 침착한 캐릭터가 미후네 도시로를 받쳐 주면서 인물의 개성을 잘 살리고 있다.

영화는 어느 더운 여름 날 벌어진 한 형사의 곤혹스런 일과를 나레이션을 통해 보여준다. 신참 형사 무라카미는 사격 훈련을 마치고 전차를 타고 다니던 도중 자신의 콜트 권총을 소매치기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뒤늦게 소매치기를 알아챈 무라카미는 상관에게 자신의 실수를 보고한다. 전쟁에서 돌아온 귀환병 출신이란 것을 암시하듯 무라카미는 마치 군대의 상관을 대하듯 '본인은..'이란 단어를 붙이며 실수에 어쩔줄 모르는 태도를 보인다. 상관은 그에게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를 주기 위해 소매치기를 다루는 부서로 그를 보낸다. 범죄자 사진을 훝어보던 무라카미는 자신의 옆에 타던 중년 여인이 소매치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무라카미는 열정 넘치는 미행을 통해 여인에게 총의 행방을 알려달라는 애원담긴 부탁을 한다. 마치 무성영화의 장면을 지켜보는 듯한 두 사람의 쫓고 쫓기는 과정이 웃음을 자아낸다.

무라카미의 열정에 굴복한 여인은 그의 총이 암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을 거라는 힌트를 준다. 무라카미는 총을 암거래하는 상인을 찾기 위해 무더운 여름날 땀범벅 나는 추적을 계속한다. 영화는 더운 여름 날 보여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와 이를 지켜보는 무라카미의 눈매를 오버랩하여 추적의 힘겨움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한다. 그의 열정적인 추적은 암상인을 연결하는 성과를 만들어낸다. 접선책을 체포한 무라카미는 그녀에게 콜트 총의 행방을 묻지만 혼란을 틈타 총을 가진 남자가 사라지게 되었음을 깨닫는다. 게다가 그날 밤 콜트 총을 사용한 강도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무라카미는 초조한 감정을 감추지 못한다. 사격 연습 후 나무에 박힌 총알을 찾아 탄도분석실의 총알과 일치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는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듯 사직서를 제출한다. 하지만 상관은 그에게 불운을 행운으로 바꾸라는 말을 하면서 강도사건 담당 형사인 사토와 함께 수사하라는 명을 내린다.

무라카미는 취조실에서 접선책과 농담을 하며 심문하는 사토라는 고참 형사를 만나게 된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상대방에게 느긋한 태도로 정보를 얻어내는 사토의 능숙한 모습은 자연히 열정은 뛰어나지만 어색하기만 한 무라카미와 대조를 이룬다. 두 형사는 접선책의 정보를 통해 무라카미의 총을 소유한 강도의 존재에 대해 추적하기 시작한다. 야구장에서 권총 브로커를 체포하는 장면은 고전 영화답지 않은 대규모의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긴장감을 주는데, 수많은 관중이 모여있는 야구장 속에서 브로커를 찾아내기 위해 야구 경기가 계속되는 동안 고민하는 사토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무라카미의 권총을 소유한 남자가 유사란 인물임을 알게 된 두 형사는 유사의 관계자들을 탐문하여 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