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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그 많던 히피들은 어디로 갔을까?(테이킹 우드스탁,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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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작품을 본 것은 아니지만
이안이 찍는 서양 영화는 그다지 취향은 아니다.
나에게 인상적인 영화는 장아이링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 <색, 계>였다.

십 대 시절 나는 <센스 앤 센서빌리티>의 섬세함을 보지 못했고,
이십 대 시절 나는 <브로큰백 마운틴>의 로맨틱함을 이해하지 못했으며,
삽십 대가 된 지금 <테이킹 우드스탁>의 뜨거움 역시 느낄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이안의 서양 영화가 항상 시선을 끌어당기는 것은
그가 대만인이라서 도리어
가장 미국적이거나 가장 영국적인 이야기를 찍기 때문이다.
그 문화권의 사람이라면 재현하기 어려운 공기 같은 배경과 분위기를
지독하게도 적확하게 잡아채
그래서 어딘가 아주 낯설게 찍어내는 것이다.

우드스탁이라는 이름을 단 이 영화는
전설적인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스타에 대한 혹은 그곳에서 열정을 불태운 히피들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그보다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이민온
가난하고 고집붙통인 유대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우유부단한 게이 아들의 자아찾기 과정이다.

실제 우드스탁 공연을 재현할 수 있을리 없으므로
무대 위의 신화적 스타와 실황공연, 관객들의 열광과 환희를
이안은 영리하게 제대로 다 피해간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끝나자 나는 문득
돈과 개인주의, 전쟁과 불황에 찌들린 21세기에
평화와 자유, 사랑을 노래하던 그 많던 히피들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