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 theater

땅의 여자 (Earth's Women / 권우정 감독, 2009)


이 땅 위에서 여성농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도시에서의 생활이라는 달콤함을 버린 채, 학생 시절의 꿈과 이상을 안고 시골에 뛰어든 세 여성의 1년 동안의 삶을 기록한 <땅의 여자>는 21세기 한국에서 농촌이 지니는 의미, 여성농민의 삶과 애환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고민은 깊고도 깊지만, 영화는 진지한 표정을 최대한 피한 채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렇게 영화는 힘겨운 삶을 살면서도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는 여성농민의 진솔한 모습을 통해 이들에게 작은 응원을 보낸다. ‘농촌=정겨운 공간’이라는 도식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농촌의 진솔한 풍경을 담아낸 영화는 개발과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도시 생활도 어쩌면 허울뿐인 행복일지 모름을 넌지시 말한다.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잃지 않으면서도 농촌에 대해, 여성에 대해, 나아가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다큐멘터리다.

GOOD: 농촌에서의 삶도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

BAD: 젊은이는 찾아볼 수 없는 농촌의 풍경은 가슴이 아프기도...

* 조이씨네에 올린 글입니다.

- 2004년 <농가일기>를 제작했던 권우정 감독은 농촌 가정의 일상과 농촌 사회의 일면을 보면서 남성농민 위주의 농촌 사회도 그 속에는 이름 없는 여성농민들의 땀과 노고로 채워지고 있음을 알고 여성농민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5년 홍콩에서 있었던 WTO 반대 투쟁에서 소희주, 강선희, 변은주 세 여성과 인연을 맺은 권우정 감독은 세 사람과 꾸준히 연락하며 <땅의 여자>의 제작에 대한 많은 부분을 논의했다.

- 2006년 여름, 소희주 가족의 도움으로 진주로 넘어온 권희주 감독은 이들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세 여성의 세세한 생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땅의 여자>는 2009년 부산영화제 PIFF 메세나상,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을 받았으며, 두바이영화제와 뉴욕 Museum of Modern Art Dorfort night에 공식 초청되는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