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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마음이 무거워지는 이야기(무산일기, 2010)


밑바닥에 떨어진 사람이 필사적으로 탈출하고 간신히 다다른 곳에서
또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면 이제 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 <무산일기>는 거칠고 직설적으로
탈북자가 남한이라는 잔인한 자본주의 현실 속에서
'무산계급'으로 살아가며 마주하게 되는 최빈민층의 삶을 그려낸다.
힘든 생활에 지친 탈북자의 눈에 비친 서울 풍경은
매일 밤 우리의 안방을 찾아오는 달콤한 드라마와는 정반대로 황폐하고 스산하며,
한편으로는 수많은 다큐멘터리와 뉴스의 장면처럼 초라하고 구질구질하다.

이 영화의 뚝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교회 모임에서 먹을 게 하나도 없어서 친구를 죽였다는 주인공의 고백이
가세가 기울어서, 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 고달픈
평범한 우리들의 고백과 
엇갈릴 때,
꿈을 꾸는 일조차 버겨운 듯 입을 꾹 다물고 어깨를 수그리고
이방인처럼 서 있던 주인공이
끝내는 고집스럽게 지켜오던 스스로의 윤리를 내던질 때,
언제나 멀기만 했던 탈북자의 현실은 익숙한 한국 사회의 현실이 된다.
그래서 그것은 먼 세계의 타인이 겪는 무감각 고통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슬픔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