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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인간들만의 세상(미안해, 고마워, 2011)


키울 형편이 안 되니까,
주인이 없으니까 어찌 되든 나와는 상관없어.
진짜 가족이 아니니까,
쓰레기봉투를 뜯고 시끄럽고 싫으니까.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로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지금도
우리와 가장 가까운 동물, 개와 고양이에 대한 일반적인 시선은
여전히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네 편의 옴니버스로 이루어진 이 영화는
너무 착하고 그래서 매우 가슴 아프고
또 지나치게 감동적이어서 진부한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인간들이 지구를 차지한 현대 사회에
저런 핑계가 단지 우리 곁의 고양이나 개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 사람들 그리고 모든 생명체에도 적용된다는 생각을 하면
이 이야기는 그리 만만하지 않은 내용이 된다.

쉽게 아이를 낳아 기를 수가 없으며,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노숙자는 나와 관계없는 존재이고,
가족이라도 얼마든지 멀어질 수 있고,
사소한 피해만 주더라도 미워진다.
물론 나 자신, 내 가족만으로도 살아가기 벅찬 오늘날
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은 
말이나 쉽지 행동으로 옮기기는 결코 쉽지 않으며,
영화의 에피소드처럼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중성화 수술을 해주는 일
선의와는 상관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받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길가의 풀꽃,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 낯선 눈동자,
무관심하게 스쳐가는 주변의 모든 것에
좀더 관심을 가지고 좀더 애정을 지니게 된다면
이 세상의 평범한 일들이 더는 당연하다고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서 드는 감정은
고마워가 아니라 미안해가 먼저이고,
고마움이 아니라 미안함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