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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아이들 (Davandeh, The Runner,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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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영화인 '달리는 아이들'은 아미로라는 소년을 통해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소년의 일과를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영화는 아미로의 시선과 표정을 통해 소년의 삶에 대한 불안감과 피로감을 인상적으로 그려낸다. 초반 쓰레기 더미에서 고물을 줍는 아미로는 거리를 걷다가 기침을 해대면서 걷기 조차 힘들어 하는 여인을 바라 보는데, 아미로의 불안한 표정을 통해 마치 자신의 미래를 반추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후 아미로는 친구의 도움으로 바다에 떠다니는 병을 줍는 일을 얻게 된다. 하나라도 더 줍기 위해 아이들과 싸우면서 병을 차지하지만 자신보다 덩치 큰 아이가 자신이 먼저 봤다는 이유로 아미로가 주은 병을 뺏어가고 아미로는 그 병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둘러싼 아이들과 힘겹게 싸운다. 결국 아미로는 덩치 큰 아이에게 병을 빼앗기게 되고 그의 동료들은 처음 온 아미로의 행동을 두고 건방지다고 비난한다. 혼잣말로 '저 병은 내거야'라고 중얼거리며 힘없이 걷는 아미로의 모습에서 생존의 경쟁에 지친 소년의 슬픔이 느껴진다. 이후 아미로는 바다에서 병을 줍는 일을 계속 하게 되면서 아이들과 친해지지만 또 다른 위험이 아미로를 힘들게 한다. 아이들이 병을 줍던 중 바다에 상어가 나타나자 아이들은 서둘러 바다에서 나와 해변으로 달려간다. 아미로는 지친 표정으로 해변으로 나와 멍한 표정을 짓는다. 이후 아미로는 얼음물을 팔기 위해 길을 걷다가 다리 한 쪽이 없이 걸어가는 장애인을 보게 되는데, 고철을 주울 때 기침으로 불편해하는 여인을 바라본 것처럼 다리가 없는 남자의 모습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소년의 얼굴을 통해 자신의 미래가 저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소년의 불안감을 표현한다.

아미로는 병을 줍는 일을 그만 두고 얼음물을 들고 파는 장사를 하기 시작한다. 열심히 걸어 다니면서 물을 팔던 소년은 자전거를 탄 남자가 돈을 지불하지 않은 체 도망가자 남자를 쫓아가기 위해 열심히 달린다. 생존을 위해 물을 팔아본 경험이 전무한 나로서는 겨우 물 한 잔 값때문에 저렇게 죽어라고 뛰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부모 없이 혼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뛰어야 하는 소년의 입장을 생각해 보니 그의 행동을 가벼이 볼 수만은 없었다. 아미로는 돈을 떼어간 남자를 잡아내고 그에게 돈을 요구한다. 남자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아미로에게 돈을 지불하고, 소년은 그 돈을 받자 마치 황금을 발견한 듯이 기뻐하며 미소를 짓는다. 이후 아미로는 얼음을 구하기 위해 얼음을 구입하는데, 물 값을 떼어간 어른처럼 소년이 구입한 얼음을 들고 도망치는 어른들을 통해 또 다시 삶의 시련을 보여준다. 얼음을 되찾기 위해 소년은 어른을 쫓아 힘겹게 달리고 얼음을 되찾은 소년은 건너편 차로로 건너가 자신의 얼음을 뺏어간 어른을 도발하고 약올린다. 아미로는 간신히 얼음을 되찾았지만 이미 얼음은 녹아가고 있었다. 얼음을 놓은 소년은 얼음의 냉기를 없애기 위해 필사적으로 손을 비벼댄다. 이후 아미로는 자신의 친구의 도움으로 얼음물을 파는 장사를 그만 두고 항구에서 구두를 닦는 일을 얻게 된다. 하지만 아미로는 라이터가 없어졌다는 한 외국인 때문에 도둑으로 몰리게 된다. 생존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아미로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은 도둑이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어른들은 그의 구두통을 뒤집어 라이터를 찾으려 한다. 도둑으로 몰렸던 아미로는 자신을 도둑으로 오해하게 만든 외국인을 만나 자신은 도둑이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외국인은 오히려 그를 귀찮은 듯이 떼어내려 한다. 결국 아미로는 외국인에게 사과를 받아내지 못한다.

여러 에피소드 속에서 아미로가 시련을 겪는 계기를 제공한 사람들이 다름아닌 어른들이라는 점이 이 영화의 특징인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삶의 희망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아미로의 모습과는 달리 가난한 아미로의 자산을 훔치고 도망치는 탐욕스런 어른들의 모습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한편 영화는 아미로가 친구들과 1등을 위해 경쟁하면서 달리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는데, 후반부 불길이 거센 유정 지역에서 달리기 시합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생존을 위해 경쟁하는 소년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듯한 의도가 느껴진다. 얼음이 불길에 점점 녹아내리는 동안 아이들이 자신의 경쟁자들의 발을 걸고 어깨로 밀치면서 1등을 차지하려는 모습은 순수한 경쟁이라고 보기는 애매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1등으로 들어온 아미로가 자신의 얼음을 가지지 않고 아이들끼리 서로 얼음을 돌리는 모습은 아이들의 순수한 면이 긍정적으로 표현된 장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달리는 아이들' 속에서 묘사된 아미로의 삶은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지친 소년의 모습이지만 자신의 꿈을 향해 소리치는 소년의 모습을 통해 희망의 빛을 보여준다. 영화는 아미로의 꿈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지만 커다란 선박을 향해 마치 자신을 태워 돌라는 듯이 소리치는 모습을 통해 배를 동경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일이 끝나면 항상 선박들이 정착해 있는 항구를 걸어 다니면서 잡지를 훝어보던 아미로는 우연히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경비행기를 보게 되고, 자신의 동경 대상을 비행기로 바꾸게 된다. 소년은 배를 향해 소리쳤던 것처럼 경비행기를 향해 괴성을 지르며 애타게 소리친다. 영화는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비행기와 관련된 잡지들을 사모으고 종이를 잘라 벽에 붙이는 아미로의 모습을 통해 소년의 꿈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우연히 잡지를 사다가 가판대의 주인이 아미로에게 한 말은 소년의 마음을 갈기 찢는다. 외국어로 된 잡지를 사는 아미로가 사실은 글을 읽을 줄도 모른다고 고백하자 주인은 그럼 이제까지 글도 읽을 줄 모르냐고 핀잔을 준다. 아미로는 해변 가에서 자신이 산 잡지를 찢어대며 '왜 나는 글을 읽을 줄도 모를까'라고 소리친다. 자신이 힘겹게 번 돈으로 산 잡지를 찢는 아미로의 모습은 자신의 무식함을 탓하는 소년의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이후 아미로는 홀로 학교를 찾아가 뒤늦게 언어를 배운다. 교실에서 언어를 배우는 모습과 소년이 괴성을 지르며 단어를 잊지 않기 위해 소리치는 모습을 통해 단어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소년의 간절한 심정이 느껴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아미로의 간절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뒤에서 날라오는 비행기를 향해 소리지르며 단어를 외우는 소년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