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의 피'는 종전 직후인 1948년 경찰직을 지원하게 된 안조 세이지부터 그의 아들인 안조 다마요 그리고 손자 안조 가즈야로 이어지는 경찰 3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처음 책을 봤을 때 '경관의 피'라는 제목에서 으스스한 추리소설을 연상했지만 막상 책을 읽고 나서야 '피'란 단어가 피로 이어진 가족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즉 3대에 걸쳐 경찰관 임무를 수행한 한 가문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미스테리나 추리 소설의 장르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경관의 피'는 뒷통수를 치는 치밀한 반전이 담긴 추리소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타루에 간다면 당신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와이 슌지가 왜 다른 곳이 아니라 오타루에서 ‘러브레터’를 찍었는지. 그로 하여금 이토록 아름다운 러브레터를 쓰게 한 것은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그곳이라는 사실을. 홋카이도의 그 작고 오래된 도시가 없었다면, 우리는 아스라한 추억이 담긴 그 소중한 편지를 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타루 역에 내리는 순간, 당신은 알게 될 것이다. 그 도시가 ‘러브레터’의 영상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는 것을. 이와이 슌지가 일부러 오타루의 동화 같은 모습을 찍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 속의 오타루는...
2006년작 <사랑해, 파리>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익숙할 또 하나의 시티 옴니버스 프로젝트 영화 한편이 우리 곁을 찾아왔다. 파리를 배경으로 수많은 감독들과 배우들의 에피소드를 옴니버스로 만나볼 수 있었던 <사랑해, 파리>에 이은 프로젝트 영화로서 이번엔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참고로 영화 엔딩 크래딧 말미에 소개하듯이 이 프로젝트의 다음 행선지는 '상하이', 즉 다음 작품의 제목은 <사랑해, 상하이>이다). < 사랑해, 파리>를 본 이들은 알겠지만 이 작품은 파리라는 공간을...
부 제가 눈길을 끈다. '세상을 바꾸지 않은 열세 사람 이야기'. 세상을 바꾸는데 일조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변화의 순방향에 서든, 역방향에 서든 세상에 얽혀진 모두는 세상을 바꾸는데 자기 몫을 한다. <밴버드의 어리석음>에 등장하는 열세 사람 역시 어떤 측면에서는 세상을 바꾼 사람들이다. 다만, 그들이 쏟아 부은 시간, 세상을 들끓게 만든 파장의 세기와 주목도, 그들이 누렸던 한 동안의 명예를 생각한다면, 세상은 마치 그들이 주목받던 시간이 없었던 것처럼 아무일 없었던 듯이 흐르고 있을 뿐이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엔 마음을 푹 놓아야 한다. '어디 한 번 날 웃겨봐라.' 라는 마음가짐으로 팔짱끼고 볼 것이 아니라 편안한 자세로 귀여운 아가들 보면서 웃어주면 된다. 웃는만큼 동심으로 돌아가고, 동심으로 돌아간만큼 행복해져서 극장을 나오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 「좀머씨 이야기」의 그림으로 익숙한 장 자끄 상빼의 그림으로 영화 소개가 나열된다. 입체 종이 책처럼 이리저리 장 자끄 상빼의 그림들이 세워지고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펜으로만 그려진...
우리는 사랑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 사랑의 감정은 몹시 달콤하기도 하고 우리는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그 혹은 그녀와 함께 있을 때면 무엇을 하든지 행복하고 어디를 가든지 그와 함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그 추억이 즐겁게 느껴진다. 이렇게 우리는 사랑이라는 감정 하에 행복을 느끼지만, 사랑의 감정이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이별이라는 것이 존재하듯이, 사랑 또한 이별이 존재한다. 언제까지나 행복할 것만 같았던 사랑은 그렇게 이별을 맞이하고 사랑했던 사람은 과거형으로나마 추억으로 남게 된다....
상처받은 마음 치유해주는 심리학자도, 아픈 몸 고쳐주는 의사도, 가난한 영혼 위로해주는 신부도 제 생각대로 안 되는 게 하나 있다. 아, 이놈의 사랑! <애프터 러브>, 원제로 <Ex>는 제목 그대로 곁에 있을 땐 모르다가 떠나고 나서야(혹은 떠나보내고 나서야) 상대방의 소중함을 깨닫는 커플들의 이야기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다소 교훈적이고 다분히 상투적이지만, 이 영화의 광고카피인 ‘이탈리아판 <러브 액츄얼리>’에서 방점을 이탈리아에 두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탈리아 인들이야말로 명실 공히 지구상 최강의 쾌락주의자들이 아니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