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파리'의 첫 장면은 폭력을 일상적으로 휘두르는 남자의 모습을 충격적으로 보여준다. 여성을 향해 주먹을 날리던 한 남자를 사정없이 때린 후 상훈이 여성에게 욕설과 침을 날리는 모습은 만만치 않은 정서적 충격을 안긴다. 초반부에서 상훈이란 남자는 아무런 목적 없이 그저 폭력과 욕설을 일삼은 체 삶을 살아간다. 등록금 투쟁을 하는 학생들을 패거나 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의 집을 찾아가 돈을 뜯어낸 후 수고비로 수입을 벌지만 그 돈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목표조차 가지지 못한 체 빠징꼬를 돌거나 남은 돈을 자신의 이복 누나의 아들인 형인에게 준다. 마치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인생을 보내며 집회 참가자들을 공격하는 것도 모잘라 같은 조직원들마저 때리면서 폭력을 분출하는 그의 모습은 인간적인 감성이 결핍되어 있는 인물처럼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상훈은 고등학교 여학생인 연희와 특이한 만남을 갖는다. 무심코 뱉은 침으로 인해 발생한 두 남녀의 갈등은 살벌하고 폭력적인 욕설과 폭력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욕설과 폭력이 오간 뒤 두 사람은 특이한 화해를 가진다. 변함없이 서로 간에 욕설이 오가지만 상훈은 말로만 연희를 위협할 뿐 그녀에 대해 조금씩 누그러진 태도를 보인다.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거친 짐승같은 상훈이 유독 연희에게는 욕설만 나올 뿐 그녀에게 더 이상의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두 사람 간의 어설픈 합의가 이루어진 뒤 상훈과 연희는 각자의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이후 영화는 두 인물의 가정의 모습을 통해 폭력으로 고통받은 인간의 내면을 드러낸다. 상훈의 경우 일과가 끝나면 일상처럼 아버지의 방을 찾아가 사정없이 그를 폭행한다. 친부를 폭행하는 상훈의 모습은 잔혹하고 살벌하지만 플래쉬백을 통해 드러낸 과거는 그토록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 드러내는지 짐작케 한다. 아버지의 가정 폭력으로 인해 누나와 어머니를 한순간에 잃어버린 기억을 담고 있는 상훈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당장이라고 죽이고 싶어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훈은 아버지에 대해 끊없이 폭력만 휘두를 뿐 그 이상의 잔혹한 복수를 할 수 없다. 그의 내면에는 아직도 아버지란 존재가 끊을 수 없는 실처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도소에서 죄값을 치른 뒤 가정으로 복귀한 아버지는 아들의 폭력을 받아들인 체 쓸쓸히 TV를 바라본다. 대응조차 하지 못한 체 그저 힘없이 폭력을 받아들이는 존재인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록 상훈은 그에 대한 증오만 되풀이될 뿐이다.
고등학생인 연희의 가정은 욕설과 폭력으로 가득찬 지옥과 같은 곳이다. 월남전 군인 출신인 아버지는 정신착란을 일으키면서 욕설과 폭력을 일삼고 그의 동생인 영재는 욕설과 폭력을 통해 돈을 갈취하는 전형적인 양아치 짓을 자행한다. 인간적인 느낌이 전혀 없는 두 남자와 동거하면서 살아가는 연희는 하루하루가 지옥같이 느껴지지만 그 곳을 벗어나지 않은 체 홀로 위태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얼마 되지 않는 보조금을 지키기 위해 양아치 동생의 폭력과 욕설에 맞서 싸우며 정신착란을 일으키며 헛소리를 지껄이는 아버지 같지 않은 아버지를 위해 밥상을 차린다. 그녀 역시 상훈처럼 가족이란 실타래 속에 연결되어 있는 존재이다. 비록 가정 속의 폭력에 대응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두 남녀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수 있는 가족이란 공동체를 지탱하기 위해 간신히 몸부림 치는 존재이다. 그래서 얼핏 보면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아 보이는 두 남녀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기 시작한 것이지도 모른다.
흥미롭게도 상대방과 점점 친숙해져가는 대화의 방식은 일반인들과 달리 욕설의 배설을 통해 이루어져 간다. 욕설로 가득찬 환경 속에서 자란 그들에게 욕설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대화의 형식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두 남녀는 상대방에 대한 욕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지만 서로의 이름을 물어보면서 상대방의 이름을 놀려가며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두 사람은 서로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상대방을 받아들인다. 한 때 서로 욕설을 하며 내뱉던 그들은 이제 서로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게 되는 절실한 존재가 되어간다. 아버지의 폭력 때문에 어머니와 홀로 살게 된 형인이란 존재를 보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상훈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이를 도와주지만 폭력과 욕설로 행동하는 그에게 형인이란 아이는 좀처럼 접근하기 힘든 존재이다. 하지만 상훈에 비해 인간적인 감정과 태도를 가진 연희의 도움 덕분에 상훈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이제 세 사람은 어색하지만 마치 가족처럼 시장을 돌아다니며 인간적인 즐거움을 깨달아간다. 서로의 암울한 가정을 잊고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며 조금이나마 지옥같은 현실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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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훈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여전히 증오와 분노의 대상이다. 그의 용역 동료이자 형인 만식은 마치 자신의 아버지를 대하듯 용돈을 주지만 상훈은 욕설을 내뱉으며 그의 성의에 냉소적인 태도를 취한다. 고아로 자라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란 만식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정말로 갖고 싶었던 소망의 대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만식은 상훈의 아버지가 교도소에서 죄값을 치렀으니 용서해도 되지 않냐고 말하며 아버지에 대한 애정적인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가정의 폭력 속에서 어머니와 누나를 잃은 상훈은 만식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한다. 교도소에서 복무하면 살인죄가 없어져 버리냐고 소리치며 분노하는 상훈의 모습은 아버지의 원죄를 잊지 못하는 아들의 증오가 담겨 있다. 하지만 분노에 가득찬 태도로 아버지를 찾아간 상훈은 아버지가 자신의 손목을 그은 모습을 보고 당황하기 시작한다. 힘없이 쓰러진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상훈은 아버지에 대한 원죄를 누그러 뜨리고 그에 대한 인간적인 감정을 깨닫는다. 응급실에 아버지를 입원시킨 뒤 내 피를 모두 빼더라도 살려내라고 소리치는 모습은 아버지에 대한 상훈의 또다른 감정을 느끼게 한다. 상훈에게 아버지는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지만 결코 저버릴 수 없으며 마음 한가닥 속에서 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한편 연희는 상훈이 아버지를 응급실에 입원시킨 순간 극한적인 상황을 맞이한다. 정신착란으로 칼을 휘두르려는 아버지를 피해 방 안에서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은 위태한 가정 속에서 상처받는 고독한 영혼의 모습이다. 그 순간 상훈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은 연희는 애써 눈물을 감춘 체 한강에서 홀로 앉아있는 상훈을 만난다. 욕설을 하며 서로 대화를 나누던 상훈은 연희에게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을까 물으며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본다. 연희는 그의 말을 장난스럽게 받아들이지만 아버지께 잘해드리라는 상훈의 말을 듣고 난 후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볼 때마다 증오스럽고 고통스럽지만 혈육으로 이어진 존재인 '아버지'를 거부할 수 없는 인간의 복합적인 감정이 두 남녀의 눈물로 승화되는 모습은 쓸쓸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영화는 인간적인 감정을 되찾아가는 상훈의 모습과 대비해 연희의 남동생인 영재가 짐승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상훈은 자신 밑으로 들어온 후배인 환규와 영재를 데리고 수금을 하러 다닌다. 수금을 위해 돈을 빌린 사람들을 사정없이 폭행하며 괴롭혀대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영재는 당황하기 시작한다. 영재란 인물 역시 폭력으로 가정 속에서 군림하려 하는 인물이지만 자신보다 더한 상훈의 공격적인 폭력과 비인간성에 놀란다. 폭력의 현장에서 어쩔 줄 모른 체 당황하는 영재의 모습을 보던 상훈은 그에게 우물쭈물 대지 말라고 말하며 그를 윽박지른다. 마치 '박하사탕'의 영호가 폭력으로 인간을 개조하는 공수부대와 경찰이라는 조직 속에서 비인간화되는 것처럼 영재 역시 폭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살벌한 생존의 모습을 목격하면서 비인간화 된다. 우물쭈물하면서 어찌할지 모른 체 주먹을 휘드르던 그는 이제 초반부의 상훈과 다름없을 정도로 폭력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폭력을 통해 생존을 도모하던 상훈은 자신의 증오와 폭력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 수금을 앞두고 비극을 맞이한다. 영재와 함께 수금을 하던 상훈은 자신의 어린 시절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한 남자의 집을 방문한다. 더 이상 폭력을 써서 돈을 뺏어가길 원치 않던 상훈은 처음으로 적당한 선에서 넘어간 체 그 곳을 떠나려 하지만 가장인 남자는 자신에게 위협을 가하는 상훈이란 존재에게 연장을 휘둘러 저항하려 한다. 예상치 못한 저항을 맞이한 상훈은 평소답지 않게 자신에게 휘두른 남자에게 별다른 대응없이 그 곳을 빠져 나온다. 상훈의 우물쭈물한 모습을 목격한 영재는 자신도 모르게 내면 속에 숨겨져 있던 상대방에 대한 증오심을 노출하고 만다. 결국 상훈은 자신의 폭력으로 만들어진 영재라는 짐승에 의해 사정없이 공격 당한다. 자신이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던 사람들을 애타게 찾고 싶어하는 상훈의 마지막 모습은 사정없이 내려친 망치처럼 정서적인 충격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해준다.
상훈의 쓸쓸한 죽음 이후 영화는 형인의 유치원 연극을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조직을 청산하고 고기집을 열어 사람들을 맞이하는 만식과 상훈의 가족들 그리고 연희가 함께 모여 즐거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마치 새로운 가족의 탄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의 밝은 모습은 상훈의 죽음이라는 비극을 통해 완성된 가족이다. 그들을 만남으로 이끌어준 사람인 상훈이란 남자의 죽음에 슬퍼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고기집에서 이야기꽃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중첩된 모습은 비극을 통해 완성된 상처의 회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기집을 나오던 연희는 노천에서 장사하는 포장마차를 때려부수는 용역들 중 자신의 동생인 영재를 발견한다. 폭력을 통해 상대방을 짓밟는 존재가 되어버린 영재의 모습이 상훈의 과거와 데자뷰되는 장면은 폭력으로 인해 비인간화 되어가는 악순환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