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강의 다리'는 콰이 강 근처의 일본군 포로 수용소의 비참한 풍경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우창한 밀림의 철길 사이로 난 이름없는 군인들이 잠든 십자가들과 그 사이로 지나가는 열차의 모습을 통해 일본군에게 붙잡힌 포로들의 비참한 모습이 보여진다. 하지만 이러한 암울한 분위기를 일소하듯 영국군 병사들은 패배한 병사들의 분위기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쾌한 휘파람 소리를 불며 등장한다. 군화가 낡아 발도 제대로 간수 못할 정도로 비참한 신세이지만 자신들은 자랑스런 영국군이라는 것을 일본군에게 내세우듯, 니콜슨 중령의 부하들은 그의 지휘 하에 절도있는 모습으로 일본군 수용소의 총책임자인 사이토 대령을 맞이한다. 한편 미군 중령인 시어스는 비참한 포로의 현실을 깨닫지 못한 체 명령체계에 집착하는 영국군의 모습을 비웃는다. 원칙을 중시하는 니콜슨과 반항적이고 자유를 꿈꾸는 시어스의 대비적인 모습은 포로수용소에서 서로 다른 결과를 낳는다.
정해진 기한 내에 콰이 강에 철도가 지나갈 다리를 건설하기 위해 포로들을 데려온 사이토 대령은 니콜슨 중령을 포함한 장교들도 다리 건설을 하기 위해 강제노동을 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니콜슨 중령은 제네바 협약을 내세우며 장교들에게 강제노동을 시키는 것은 협약에 어긋난 야만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하며 그 곳을 지킨다. 사이토 대령은 영국군들을 자신의 병사들처럼 길들이기 위해 장교들을 밀실에 가둔 뒤 자신의 명령대로 강제노동을 하지 않으면 병사들을 죽이겠다는 협박도 불사한다. 하지만 니콜슨은 제네바 협약의 준수를 요구하며 끝까지 밀실에 남는다. 영국군의 명령권을 두고 사이토와 니콜슨이 대치한 가운데, 다리의 건설은 점점 요원해지기 시작한다. 다리 건설에 참여한 영국군 포로들은 노골적으로 사보타주를 통해 일본군의 다리 건설을 방해한다. 정해진 기한이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공사가 진척되지 않자 사이토는 직접 현장을 관리하지만 영국군은 이에 아랑곳없이 사보타주를 하며 저항한다. 결국 사이토는 자신의 입장을 누그러뜨려 니콜슨을 회유하면서 하급장교만 노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협의를 보려 하지만 원칙을 중시하는 니콜슨은 끝까지 협약의 내용을 고수한다. 결국 니콜슨의 뻣뻣한 태도에 질려버린 사이토는 러일전쟁 기념일 날 사면을 핑계로 니콜슨의 요구를 들어준다. 자신의 원칙을 적군에게 받아낸 니콜슨이 병사들에 둘러싸여 환호를 받는 모습과 영국군을 제압하지 못한 나머지 오히려 그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준 사이토가 홀로 침대에서 울부짖는 모습이 대비되는 장면이 웃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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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니콜슨은 석방된 후 일본군이 만드려 하던 다리를 지켜보더니 일본군보다 훌륭한 다리를 만듦으로써 영국 문명의 위대함을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또한 자신이 다리의 건설을 지휘함으로써 사령관이 없는 동안 해이해진 군대의 명령체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 니콜슨은 사이토를 찾아가 자신의 명령 하에 다리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한다. 정해진 기한 내에 다리를 완성하지 못할 경우 할복을 해야 하는 사이토로선 자신이 명령조차 하지 않았는데 자신들이 스스로 다리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니콜슨이 고마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니콜슨이 자신들의 부하와 함께 자신들의 지휘 하에 다리의 건설을 계획하자 그는 초반부의 엄격하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상실한 체 그저 그들의 계획에 끄덕일 뿐이다. 사이토 역시 니콜슨처럼 명령과 규율로 평생을 살아온 남자이다. 그래서 영국군이 자체적으로 다리를 만들려는 순간 그는 기뻐하기 보다는 자신의 권한이 상실되었다는 생각으로 홀로 고뇌한다. 다리가 만들어짐으로써 사이토는 할복할 필요없이 목숨을 건질 수 있게 되었지만 영국 군인들이 즐겁게 파티를 하며 웃고 떠드는 동안 그는 마치 할복 준비를 하듯 글을 쓰고 머리를 잘라 편지 속에 담는다. 목표를 완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지휘권이 상실되었다는 자괴감으로 할복 준비를 하는 사이토의 모습은 명령과 원칙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간의 아이러니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이토보다 더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은 다름아닌 니콜슨이다. 그가 야외 밀실에 갇혀있는 동안 영국군 병사들은 사보타주를 하면서 적군을 방해하면서 그들을 괴롭혔다. 하지만 석방된 니콜슨은 후세의 사람들이 칭송 할만한 다리를 만들고 싶어하는 욕망에 사로잡힌 나머지 적군을 도와주는 어리석은 행동을 자행한다. 적당히 다리를 건설하는 척만 해도 손해볼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니콜슨은 영국군의 위대함을 보여주겠다는 욕망을 위해 자신의 부하들을 혹사시킨다. 사이토가 영국군을 회유하기 위해 적당한 시기에 휴가를 주고 선물을 나눠주며 채찍과 당근으로 그들을 다루는데 반해, 니콜슨은 정해진 기간에 튼튼한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감으로 인해 병사들을 쉬지 않고 건설에 참여하도록 요구한다. 일본군의 명령 하에 다리를 건설했던 영국군 병사들은 적당히 일하는 척하며 태업을 할 수 있었지만 니콜슨은 명령과 지휘를 강조하면서 자신의 부하들이 아프다는 핑계로 작업을 게을리하는 것을 막는다. 심지어 시간이 촉박해 추가적인 인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니콜슨은 일본군에게 손을 빌리지 않는다. 병실에 누워있는 부상병들을 독려하면서까지 다리를 만드려 하는 니콜슨의 모습은 욕망으로 인해 눈이 먼 군인의 비이성적인 행태를 잘 보여준다.
한편 목숨을 건 탈출을 통해 극적으로 생존한 시어스는 의가사 제대를 앞두고 자유를 만끽한다. 하지만 콰이 강의 포로 수용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영국군 사령부는 일본군이 콰이강에 다리를 만든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특공대를 조직해 다리를 파괴하기로 결정한다. 포로수용소에서 포로 생활을 한 시어스를 포섭하기 위해 영국군 소령인 워든은 그에게 콰이강 침투 작전에 참여할 것을 요구한다. 하루 빨리 전쟁에서 벗어나고 싶은 시어스는 영국군의 요구에 어이를 상실한 체 그 곳을 벗어나려 하지만 워든이 이등병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중령 행새를 했다는 정보를 내밀자 그는 체념하면서 작전에 합류한다. 워든과 조이스, 그리고 시어스는 적진에 침투하기 위해 험난한 정글과 고산지대를 거쳐간다. 비밀 침투 중 일본군을 살해하는 과정에서 워든이 다리에 부상을 입자 그는 자신을 버리고 작전에 참여하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인간미를 상실한 체 그저 명령에 따르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영국군의 모습에 질려버린 시어스는 그를 낙오시키지 않은 체 다리를 향한 험난한 여정을 떠난다.
폭탄을 설치한 뒤 다리를 파괴하기 직전의 과정은 전쟁 영화의 스릴감을 훌륭하게 묘사한다. 점점 다가오는 기차 소리에 맞춰 폭탄의 선이 발견되면서 적군이 폭탄을 저지하기 위해 서서히 다가오는 과정과 작전을 달성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군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점은 폭탄의 정체를 알아채고 그것을 막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일본군이 아닌 니콜슨 중령이란 점이다. 다리에 영국군이 건설했음을 알리는 표지판을 달고 기차가 지나가는 순간을 목격하기 위해 홀로 다리에 남을 정도로 다리에 대한 애착이 강한 니콜슨은 다리 주위를 감은 선을 보고 폭탄이 설치되었음을 알게 된다. 다리가 폭파된다면 일본군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게 되지만 자신의 지휘 하에서 만들어진 다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진 니콜슨은 적극적으로 폭탄을 막으려 한다.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못한 체 자신의 업적에 집착해 파멸을 초래한 니콜슨의 모습과 이로 인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비이성적인 전쟁으로 인해 희생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다리가 파괴된 뒤 언덕에서 내려온 클립톤이 '이건 미친 짓이야'라고 소리치는 마지막 장면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한 체 서로를 살육하는 전쟁의 아이러니를 잘 보여주는 엔딩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