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art :: <정재승+진중권, 크로스>진보여, 크로스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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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정재승 (웅진지식하우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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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이름에 끌렸다. 친근함과는 전혀 다른 끌림. 하지만, 가슴은 설레는 끌림. 정재승과 진중권의 책은 그렇다. '난 놈'의 향취가 나고, 먹물의 냄새가 난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진한 매력이 거부할 수 없게 한다. 새롭다는 것, 다른 각도를 보여준다는 것,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것, 찌질함을 재고하게 만든다는 것, 탐구심을 일깨운다는 것... 등이다. 그러니 손이 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두 사람이 같이 책을 쓰다니. 이건 뭐 망설일 틈도 없었다.

 

진보의 퇴색, 그리고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소위 '진보'는 자기 색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색을 잃어가니 주목도도 떨어졌고, '진보'에 대한 가치 지향도 매력을 잃어갔다. 십년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진보'는 이름의 의미, 변화와 발전을 이끄는 이정표로의 지위를 찾지 못했다. 물론, 모색을 멈춘적은 없으나 성과와 영향력은 미미하다.

십 수년에 걸쳐 진화한 과학기술이라는 물적토대, 금융권력을 정점으로 한 시장과 권력의 화려한 자기변신을 '진보'는 따라잡지 못했다. 가치의 문제나 원칙, 상식의 문제를 떠나 일정 기간의 결과는 이슈를 주도하던 진보가 무능의 진보가 되는 과정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핵심 권력을 향해 10년이 전망과 비전을 설파할 때도, 진보는 우리 사회가 처한 문제의 진단과 대안을 내오지 못한 채, 엇갈린 처방전을 들고서 오지 않는 관객을 기다렸다. 주주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이 펼친 방어막을 뚫지 못해 정보를 구하는데 긴 시간이 걸렸고, 그나마 수평적이라는 인터넷 세상에서 집단 지성을 발휘하며 부분별 대안을 내오기 시작했으나 각기 다른 영역을 총괄하는 비전을 명쾌하게 내밀지 못했다.

"위기는 곧 기회다." 진보의 해답을 찾자고 서로 다른 입장과 지위와 조건에서 유니즌으로 외쳤다. 몇 년을 부르짖었지만 기회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외침도 이젠 더 희망스럽게 들리지 않는다. 허나 멈추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진보는 지금 모색하고 실천하고 부딪히고 도전하고 있다. 사람들의 삶이 행복을 향하지 않는 한, 멈춰 서지 않고 더 나은 방향을 찾는 이들은 늘기 마련이다. 삶의 행복을 위해 더 나은 방향을 찾는 것이 진보다. 고요해 보여도 끓는점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진보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구할까?

제 아무리 진보의 피를 물려 받았다고 해도 움직이지 않는 한, 진보의 속성은 쇠퇴한다. 자기 부정과 자기 변화, 자기 증식을 하지 않는 유기체는 퇴화한다. 험한 세상이라며 웅크리고 자기를 보존하기에 급급하다면, 세상에 맞설 답을 구할 기회도 없어진다.

<크로스>는 자연과학자와 미학자가 이 시대의 문화와 트랜드를 두고 주고 받는 평론글이다. 같은 주제를 두 저자가 두 가지 시각, 다른 분야의 지식으로 들여다보고 해석하고 분석하고 평해 놓았다. 서로 다른 두 시각이 사물과 현상의 새로운 면을 보게 해준다. 인식의 크로스로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두 사람의 <크로스>에서 진보가 무엇을 해야할지 깨닫는다. 자기 분야에서, 자기 요구에 한정해서 열심을 다하는 것으로는 새로운 지평을 볼 수 없다. 과거의 선각자들은 역사가 준 각이한 분야의 성과를 통합해서 새로운 인식체계를 만들었다. 젊은 날을 다 바쳐 연구에 연구를 다한 결과였다.

하지만 지금은 통하지 않는 방법이다. 21세기의 정보는 너무 많다. 하루에 접하는 정보량만으로도 19세기 말, 20세기 초 사람들이 일생을 두고 취할 정보의 양보다 많기도 하다. 문제는 넘치는 정보를 어떻게 다루는가이다. 어떤 가치체계로 정돈하고, 정보와 정보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어떻게 새롭게 구성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를 한 사람의 뛰어난 선각자나 특정한 집단이 맡아서 요리할 수 없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유일한 방도는 각기 다른 분야의 정보와 인식의 토대를 갖춘 사람들의 생각과 지혜를 크로스 하는 길이다. 나아가 네트워크해야 한다. 소통하고, 토론하고, 대안을 내보이고, 비전을 내 놓고 토론해야 한다. 새로운 지평이 보일 때까지 흥분하고 등돌려 돌아서지 말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크로스한 팔을 내리지 말고서 말이다.

 

인문과학과 자연과학 모두 냉대를 받는 돈의 세상

사람들에게 풍요로운 세상을 그리게 만들고, 꿈꾸게 했던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은 이제 같은 신세다. 돈 앞에서 찬밥신세가 됐다. 돈에 먹힌 대학이 가장 먼저 뱉어냈다. 세상에선 물정 모르는 것이라 외면받는다. 허나 버려졌다고 해서 그 가치가 줄어들지는 아니다.

이제 진보는 버려진 인문, 자연과학에서 희망의 단서를 찾아야 한다. 찾아낸 단서로 온 세상 사람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고 자신을 빛낼 꿈에 불을 붙여야 한다. 자신의 가치를 찾아내고 자신을 성장시키고, 발전시켜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도록 부추겨야 한다.

스스로 대표주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충분히 제공하는 게 진보가 해야할 역할이다.

먼저 <크로스> 해야 한다. 자신의 인식틀로 누군가를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가슴과 머릿속에서 빛나는 인식의 섬광이 세상 곳곳을 밝힐 수 있도록 조율하고, 광장을 만들고, 스피커를 설치해야 한다.

 

<크로스>에서 배우는 크로스 마인드

충실성이 높을수록 경로의존성도 높다. 향했던 방향, 하던 방식으로 나아가려 한다. 언제나 쉽지 않았으므로 열의를 더하면 길이 열릴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새로운 인식도구는 진화된 모습으로 등장하고, 변수 또한 각 곳에서 생겨난다. 내가 맡은 곳, 내가 맡은 분야 안에서 자기 충실함으로 밀고 나가기에 집중하다보면 새로운 정보와 인식틀을 고려할 수 없다.

정재승, 진중권 씨가 서로의 생각을 크로스 하는 분야는 문화, 미디어, 생활에서 벌어지는 작은 변화와 현상들이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커피 상점이나 가방 하나가 세계의 정치 질서나, 사회의 변화 모델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허나 미시적인 부분에서의 변화, 한 업종, 한 분야에서 파란을 일으키는 변화에는 새로운 시각이 담겨 있다. 생각의 영향력을 조금 더 확대했을 경우 한 사회의 트랜드를 바꿀 수 있는 요소들을 담고 있다. 그 요소를 두고 두 지식인이 앞에서 뒤에서 위에서 아래서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변화를 이끄는 요소의 핵을 밝힌다. 정재승과 진중권의 <크로스>다.

진보가 배워야 할 방법이다. 연대를 이야기 하지만 지식과 정보의 교류가 더디고, 실천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진단을 내보이지 않고, 예의와 어정쩡한 편들기로 서로의 체면을 세워나가는 교류로는 시너지를 얻을 수 없다. 서로의 변화를 촉구하고 자신의 변화를 이 악물고 추동하도록 영향을 주고 받아야 한다. 그래야 진보가 달라진다.

가끔 분기점을 찍고 지나가는 것은 각자의 길을 가는 거다. 결결이 크로스 해야 한다.

 

<크로스>가 맘 먹고 진보에게 무슨 화두를 던지려 드는 책은 아니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이런 입체적인 소통, 세밀한 소통이 그리워졌다. 영희와 철이가 크로스 하고 마루치와 아라치가 크로스할 때 내뿜던 에너지를 현실에서도 보고 싶은 바램이 간절하다.

Posted by 고향바다 / 도서 / 2010.02.1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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