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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EBS지식 프라임> 지식 요리에도 지식이 필요하다구요.



386컴퓨터 시절 좋아하던 게임이 있다. 소코반이다. 푸쉬푸쉬란 이름의 모바일 게임도 있었더랬다. 길목 앞에 놓인 정해진 갯수의 상자를 복잡하고 좁은 길을 통과시켜서 보관 창고로 옮기는 게임이다. 게임의 핵심은 상자를 하나씩 경로와 순서를 잘 생각해서 옮기는 것인데, 좁은 길목에서 상자를 잘못 밀어서 두개의 상자를 맞붙게 하는 실수를 하거나 상자로 통로를 막아버리면 게임은 실패로 끝이 난다. 

정보화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머릿속은 소코반게임을 떠오르게 한다. 머릿속으로 부딪혀 들어오는 정보가 이미 머릿속에 들어찬 정보와 지식의 세계를 막힘과 편향 없이 원할하게 돌아다니게 하여 확장된 인식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게 현대인의 사명이다. 소코반 속 짐 나르는 사람처럼 말이다.

묘하게도 정보와 지식의 활발한 이동과 적절한 배치를 잘 하려면 또 다른 지식이 필요하다. 인식의 확장을 돕는 '증강현실'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에도 '사용 매뉴얼'이라는 지식이 필요한 것처럼. EBS의 지식 시리즈는 새로운 인식의 세계를 안내해주고, 정보와 지식을 잘 요리하게 도와주는 지식을 다루는 지식안내서같은 책들이다.

<EBS 지식프라임>. 지식 시리즈에서 다룬 내용의 진액을 엄선해서 다룬 책이니 별 다섯개를 주는 데 어떤 망설임이 필요할까?

 

지식을 다루려면 '지식'이 필요하다.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을 하고 행동을 결정하는 모든 과정에는 지식이 필요하다. 감각하고 경험한 것 이상의 인식, 감각기관과 뇌수를 부유하는 쪼가리 지식의 정렬과 합체를 위해서는 머릿속에 새로운 지식을 공급해야 한다. 정보화된 세상은 더 많은 지식을 요구한다. 새로운 정보의 끊임 없는 유입이 만든 결과다. 새로운 것이 몰려드니 지식의 유효기간이 짧아지는 것도, 유통구조가 급변하는 것도 문제다. 

생물학적 퇴행이 부르는 기억력의 감퇴는 문제거리도 아니다. 늘 새것으로 대체되는 정보를 머릿속에 넣는 것도 바쁘니 기억력을 발휘해야 하는 정보나 지식에 미련을 가질 틈이 없다. 그래서다. '지식'이 필요하다. 얼키고 설키다 못해 떡진 채로 머릿속에 뭉쳐 돌아다니는 정보와 지식의 뭉텅이에 꼬리표를 달아서 체계있게 정리해주는 지식이 필요하다. 새롭게 등장한 정보나 달라진 세상의 변화를 '통밥'이 아니라 머릿속에 든 프레임을 진화 발전시켜가며 해석하게 해 줄 지식, 19세기나 20세기의 분석기제가 아니라 21세기의 분석기제로 세상과 사람살이를 해석하도록 도와주는 지식이 필요하다.

사회를 이해하는 키워드 사람을 이해하고,
신자유주의 급류에 휘말리지 않는 시선을 제공하는 책

<EBS 지식프라임>이 엄선한 지식은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지식이 아니다. 복잡한 정보와 지식이 머릿속에서 항상성을 유지하면서 오가되, 편향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입체적이고, 활발하게 움직이게 돕는 책이다.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세상을 이해하는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이나 기업, 인큐베이팅, 정치, 법, 사회 어느 분야도 예외는 없다. <지식 프라임> 지식이 의미 있는 까닭은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지식을 입체적으로 다루는 데 있다. <지식 프라임>은 현대인의 생활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제와 문화생활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보이는 행동 패턴과 생각의 방식과 연관된 다양한 지식을 담고 있다. 때문에 자기 발전을 위해 스스로를 객관화 하고 머릿속에 구획과 소통의 길을 닦도록 도와주는 것은 물론, 트렌드를 이끄는 현대인의 생활을 이해하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기도 하다. 

EBS 지식 시리즈의 매력인 사회, 인문, 사람이 결합된 지식을 다루는 점도 이 책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이유다. 사회를 보는 눈, 역사를 보는 눈을 밝게 하는 지식은 신자유주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절실하다. 가치와 통섭, 소통을 뿌리치고 상위 1%의 지휘가 당연시 되고, 엘리트 주의, 돈 만능 주의, 투기에 기댄 수치 뻥튀기 성장주의로 치닫는 세상의 물살은 거세다. 빠른 유속 때문에 세상의 본 모습을 가려보기 힘들다. 게슈탈트적인 형상으로 이해하기 십상이고 감각되는 것은 이미지의 난무이기 쉽다.

눈 앞을 어질어질하게 만드는 현란한 빛의 향연에 눈 멀지 않고, 빛의 실체와 작용을 분석하는 프리즘처럼 광속으로 움직이는 세상을 보는 안경이 필요하다. 세상을 보다 선명하고 풍부하게 읽어내게 도와주는 지식의 안경 같은 책.  <지식 프라임>은 바로 그런 책이다. 게다가 쉽고 친절하기까지 하니 망설일 필요없이 집어들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