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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경계도시 2 (The Border City 2 / 홍형숙 감독,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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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한국 사회는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간첩 논란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2010년, 송두율 교수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경계도시 2>는 모두가 잊은 7년 전 사건을 스크린으로 다시 불러내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 사회의 내면 깊은 곳에 사라지지 않고 자리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까발린다. 특히 7년 전 케케묵은 국가보안법으로 송두율 교수를 간첩으로 몰아세우던 보수 세력의 모습만큼이나 충격적인 것은 개인보다는 운동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송두율 교수로 하여금 전향을 요구하는 진보 세력의 모습이다. <경계도시 2>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한국인, 그리고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광기 어린 태도에 대한 반성을 촉구한다. 최근 화제가 된 김용철 변호사의 저서 ‘삼성을 생각한다’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현실과 모순들을 예리하게 담아내고 있는 필견의 다큐멘터리다.

GOOD: 한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필름에 담은 홍형숙 감독의 노력에 박수를!

BAD: 7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는 오히려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

* 조이씨네에 올린 글입니다.

- <경계도시 2>는 <두밀리, 새로운 학교가 열린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본명선언> 등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품들을 꾸준히 연출해 온 홍형숙 감독의 작품.

- 간첩 혐의로 35년 간 입국금지 상태였던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귀국 시도와 좌절 과정을 담아내 <경계도시 1>을 2002년에 발표했던 홍형숙 감독은 1편의 후일담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경계도시 2>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송두율 교수의 귀국이 희대의 간첩 사건이라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자, 애초에 송두율 교수가 한국에서 머물기로 한 3주 동안 촬영하겠다는 계획은 의미를 잃게 됐다. 이에 홍형숙 감독은 1편에서 객관성을 유지하는 연출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등장인물이 돼 스스로의 고민과 감성을 솔직하게 영화에 담아냈다.

- 논란이 됐던 송두율 교수 사건은 2008년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음으로써 일단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