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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인간 (Des hommes et des dieux, 2010)

'신과 인간'은 이슬람 근본주의를 내세운 무장단체들의 테러리즘[각주:][각주:1]으로 불안하던 1996년 알제리의 한 마을의 수도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초반부는 알제리의 불안한 정세를 묘사하기 보다는 평안한 수도원 안에서 신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프랑스 가톨릭 사제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수도사들의 일상이 현실과 유리되지 않고 상대방 문화를 존중하면서 그들과 함께 인간적인 고민을 함께 하는 인간적인 모습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뤽이라는 노사제는 가난한 알제리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치료하고 보급품을 지급하며, 수도원의 중심인물인 크리스티앙 사제는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을 공부하고 이슬람 축제에 참가해 그들의 기도를 들으며 함께 종교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여준다. 마을 사람들을 실질적으로 돕고 상대방 문화를 존경하면서 밤에는 경건한 종교의식을 치르는 수도사들의 일상은 평온하면서도 친근감있게 느껴진다.

하지만 영화는 수도사들의 일상 속에서 이슬람 종교가 갖고 있는 현실적 문제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남성들이 종교의식을 치르는 동안 여인들은 바깥에서 그들의 종교의식에 참여하지 못하는 모습은 이슬람교가 남성 중심적인 면이 강함을 묘사한다. 영화는 외국인에 대해 폭력적인 살육도 서슴치 않는 이슬람 무장 세력이 도래하는 장면으로 연결되면서 평온한 수도원의 일상에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어느 날 크로아티아 인들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수도사들은 이제 그 살육이 자신들에게로 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알제리 지방 정부는 수도원을 방어할 군인의 파견을 제안하지만 크리스티앙은 그들의 제안을 거절한다. 영화는 구체적인 이유를 묘사하지 않지만 탁자에 둘어앉은 수도사들의 의견 대립을 통해 알제리의 군부 역시 이슬람 근본주의자 못지 않은 위험 세력임을 암시한다.


  1. 60년대 알제리는 민족해방전선(FLN)의 무장 투쟁으로 프랑스로부터 독립하는데 성공했지만, 알제리의 정치체재는 민주화되지 않은 체 군부에 의해 정치가 좌우되는 일당 체재에 가까웠다고 한다. 80년대 후반까지 복수 정당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가 90년에 이르러서야 복수 정당이 참여하는 선거가 이루어졌고, FLN에 불만을 품던 국민들이 이슬람구국전선(FIS)에 지지를 보냈다고 한다. 정권이 바뀔 위협에 처하게 되자 군부는 정부를 전복하게 되었고 이같은 군부의 행동에 저항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리즘이 발생하면서 90년대 알제리는 내전 상태로 악화되었다. 92년부터 2002년에 이르는 내전의 결과 약 16여 만명의 사람들이 죽음을 당했다고 하는데, 특히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조직인 이슬람 무장단체(GIA)에 의해 많은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