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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검은 집 (黒い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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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정(査定) 업무를 맡고 있는 신지는 자신을 찾는다는 고객의 전화를 받고 어느 집에 도착하게 된다.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없는 지독한 냄새와 그로테스크한 모습의 검은 집에 도착한 그는 전화를 건 당사자인 고모다를 만난다. 기름이 묻은 왼쪽 장갑은 벗지 않은 체 손님을 맞이하는 고모다의 도저히 알 수 없는 정적인 검은 눈을 본 순간 신지는 속으로 불안감을 느낀다. 검은 집으로 들어가자 고모다는 그의 아들인 가즈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아이를 부르지만 대답을 하지 않는다. 가즈야의 방문을 열어 그를 불러달라는 고모다의 요청에 신지는 가즈야의 방문을 연다. 그순간, 그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 가즈야란 아이는 목을 맨 체 숨을 거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더욱 놀란 건 가즈야의 시체가 아니었다. 그가 정말로 놀란 것은 가즈야의 시체를 보고 아무 감정을 보이지 않다가 신지의 반응을 본 순간 어색하게 가즈야를 부르는 고모다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신지는 그의 모습을 보고 보험금을 노린 살인이라고 확신하게 되는데...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은 사이코패스라는 유형의 범죄자를 다루고 있는데, 보험을 이용해 가짜로 몸의 일부를 다치게 하거나 심지어 사람을 죽여 보험금을 타가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일컫는 모럴 리스크의 문제점을 부각시켜 사이코패스의 집요하면서도 공포적인 면을 보여준다. 인간의 마음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는다는 사이코패스의 유형인 고모다와 나중에 밝혀지는 그 분(?)이 보험금을 타기 위해 사람들을 해쳐대는 인정사정없는 모습은 섬뜩한 느낌이 든다. 또한 '검은 집'은 신지의 원죄적 의식을 통해 사이코패스에 대한 두려움을 극대화한다. 어릴 때 발생한 형의 자살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신지의 원죄적 의식과 자신이 사이코패스를 만나면서 느낀 감정이 꿈에서 거미의 이미지로 형상화되는데, 이러한 심리적인 압박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검은 집'의 미덕은 단순히 공포적인 사이코패스의 집요한 모습만을 보여주지 않는데 있다. 심리학자인 가나이시의 냉소적인 태도와 이와 대조적인 메구미의 태도는 사이코패스를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이 담겨 있다. 열성인 종자를 없애 종족의 안정을 취하는 늑대를 비유하면서 아무런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사람을 해치는 사이코패스를 없어져야 할 사회적 산물로 보는 가나이시의 태도는 얼핏보면 그럴싸한 논리이다. 하지만 에필로그에서 말하는 메구미의 대사는 가나이시의 염세적인 태도를 비난한다. 사이코패스라는 범죄인도 결국은 유전적인 요인이 아닌 가나이시나 메구미의 부모처럼 염세적으로 인간을 대하는 우리들 자신이 만들어낸 산물이 아닐까. 검은 집의 수수께끼가 풀리고 사건이 해결되었지만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등장한 또 다른 손님을 향해 나아가는 신지의 모습은 아직도 또 다른 검은 집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우울한 결말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 결말을 단지 우울하다고 표현할 수도 없을 것이다. 메구미의 말처럼 결국 검은 집을 하얗게 만드는 것도 우리들 자신의 긍정적인 사고에 달려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