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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화차 (火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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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근무 중 사고로 다리를 다쳐 휴직 중인 혼마 슌스케는 우연히 먼 친척인 구리자카 가즈야의 부탁을 들어주게 된다. 그의 부탁은 행방불명된 세키네 쇼코라는 여자를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가즈야의 약혼녀였던 쇼코가 사라지게 된 계기는 그녀의 비밀 때문이었다. 신용카드가 없어 불편해 보이던 쇼코를 위해 은행원인 가즈야가 카드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다름아닌 개인파산자 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이후로 그녀는 소리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가즈야의 부탁으로 쇼코의 행방을 찾기로 한 혼마는 그녀가 파산 신청한 법률사무소를 찾아가 그녀의 인적사항을 조사한다. 그 과정에서 혼마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내는데...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는 카드로 인한 신용불량자 문제와 개인파산으로 인해 희생당한 인간의 다양한 내면을 그리고 있다. 미야베 미유키는 신용불량자의 문제를 단지 개인만의 문제를 두지 않고 다양한 면에서 신용불량자를 조명한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를 낸 트럭 운전사가 있다고 한다면 나같은 경우는 아무 생각없이 사고를 낸 트럭 운전사를 비난할 것이다.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는 교통 사고의 원인을 단지 개인의 실책으로만 판단하지 않는다. 트럭 운전사가 교통사고를 낼 당시 도로가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고, 사고를 낼 만큼 트럭 운전사를 정신없게 운전하도록 재촉한 고용주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신용카드로 인한 문제는 개인의 과실만으로 문제를 파악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이런 복합적인 원인이 있는 신용불량자 문제에서 개인의 과실보다는 외로운 인간의 심리에 주목한다.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신용카드의 편리함을 안 후 신용카드를 쓰면 비참했던 인생도 행복해질 수 있을거라는 행복한 상상이 신용불량자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화차'에 등장하는 신용불량자들은 그래서 한심해 보이기는 커녕 쓸쓸하고 안타까워 보인다. 개인파산제도로 가까스로 지옥의 수레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인간의 모습은 후회로 가득차 있다. 또한 빚을 독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한줌의 재로 사라지고 심지어 카드 빚이라는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얻기 위해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죽길 바라는 아이러니는 정말 쓸쓸하고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