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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진흙강: 삶의 비참한 현실을 초월한 두 소년의 우정

'진흙강'은 일본의 패전 이후 어렵게 살아가던 일본의 전후(戰後) 세대의 모습을 반영한 작품이다. 영화는 강 기슭에 허름한 판자집에서 우동가게를 운영하는 부부의 늦동이 아들인 노부오의 시선을 통해 전쟁의 폐해 속에서 가난하게 살아가던 일본의 하류 계층민들의 삶의 비극을 보여주고 있으며 노부오의 아버지의 심리를 통해 전쟁에서 돌아온 일본의 남성들이 겪었던 삶의 허무함과 슬픔을 드러내고 있다.

영화의 초반부는 한 남자의 비극을 보여주고 있다. 험악한 겉모습과 달리 노부오에게 친절하게 대하던 마부는 노부오의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며 모은 돈으로 트럭을 살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마부는 끝내 자신의 소원을 이루지 못한다. 비극적인 사고로 목숨을 잃은 마부의 모습을 본 노부오의 아버지는 그의 죽음에 착잡한 심리를 보여준다. 전쟁에서 살아 돌아와 열심히 살면서 일하던 마부의 죽음이 노부오의 아버지에게는 다른 사람의 일같이 느끼지 않아 보인다. 그 역시 전쟁에서 살아 일본으로 돌아온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노부오의 아버지는 어쩌면 전쟁에서 죽는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삶의 허무함과 불안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말로 마차를 몰던 아저씨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노부오는 아저씨가 몰던 마차를 지켜보던 한 아이를 발견한다. 아저씨의 철물을 팔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하는 아이를 경계심 어린 눈으로 보던 노부오는 자신을 킨이치라고 소개하는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헤진 신발을 애써 감추는 킨이치의 모습은 누추하지만 어린 노부오는 킨이치의 겉모습만 보고 그를 판단하지 않고 킨이치와 첫 만남을 갖게 된다. 킨이치의 만남 후 노부오는 자신의 집에서 강 사이에 놓인 킨이치의 배를 바라보며 그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 다리를 건너 건너편에 있는 킨이치의 배를 찾아간 노부오는 처음으로 킨이치의 가족을 접하게 된다. 자신의 집인 낡은 배를 친절하게 소개하는 킨이치와 달리 그의 누나인 킨코는 노부오에게 상냥하게 대하면서도 노부오에 대한 경계심을 보여준다. 방의 건너편으로 들려오는 킨이치의 어머니는 아들의 집으로 찾아온 노부오를 환영하면서도 다시는 이 곳을 찾아오지 말기를 당부한다. 노부오가 새로운 친구인 킨이치의 어려운 사정을 목격하고 가게에서 몰래 음료수를 빼오지만 킨이치의 어머니의 말을 상기한 후 끝내 배를 찾아가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한편 노부오의 부모는 자신들의 집 건너편에 정착하게 된 배를 바라보며 궁금해 한다. 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정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노부오의 부모는 아들이 배에 살고 있는 아이를 초청하고 싶다는 요청을 하자 그들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 배의 여주인이 몸을 팔아 돈을 번다는 사실을 들어왔던 아버지는 소문과 관계없이 자신의 아들의 요청을 받아들인다. 건너편 배에 대한 안좋은 소문들을 들었지만 노부오의 부모는 노부오가 데려온 두 아이를 마치 자신의 아이처럼 대하며 그들을 환영한다. 자신들보다 상대적으로 잘사는 노부오의 집을 찾은 킨이치와 킨코의 모습은 아이들의 순수한 행동을 통해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자신들의 가난함에 상처를 받았던 아이들의 정서가 잘 드러나 있다. 우연히 가게를 찾아온 손님들이 킨이치를 보더니 유곽집 아들이 아니냐며 말하자 만화책 사이로 고개를 숙인체 아무 말 못하는 아이의 모습은 씁쓸하면서도 안타깝게 느껴진다. 아이는 부모를 골라 태어나지 않는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단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모멸감을 겪는 두 아이의 모습은 50년대의 가난하던 하층민들만의 모습이 아닌 현재에서도 통용되는 안타까운 모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