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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굿바이 칠드런 (Au Revoir Les Enfants,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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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자주 듣다보니 실제로는 안본 영화인데 마치 언젠가 봤던 영화인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죠. 루이 말 감독의 <굿바이 칠드런>도 제게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그 외에도 무슨 칠드런이나 무슨 아이들 하는 제목의 영화들이 워낙 많은 탓도 있고요.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굿바이 칠드런>은 1987년에 만들어진 영화인데 우리나라에는 1989년에 이미 개봉을 했었더군요. <잃어버린 아침>이라는 제목으로 TV에서도 방영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상영하는 건 재개봉이 되겠습니다. 그 재개봉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1932년생인 루이 말 감독이 자신의 유년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만든 작품이라고 하는군요. 영화는 1944년 2차 세계대전 당시 12살 나이의 줄리앙(가스파르 마네스)이 카톨릭계 기숙학교에서 유태인 소년 보네(라파엘 페지토)와 만나 조금씩 우정을 쌓아가다가 결국 헤어지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전쟁의 상흔과 대학살의 비극으로부터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던 프랑스 시골의 사립학교에도 홀로코스트의 잔혹함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말았던 것이죠. 영화 마지막 장면에 "40년이 지났지난 나는 그 날의 아침을 잊지 못할 것"이라던 나레이션은 루이 말 감독 자신의 목소리라고 하는군요. <굿바이 칠드런>은 그토록 평생 잊을 수 없었던 유년의 아픔을 영화화면서도 자기 감정에 휘말리지 않는 차가운 연출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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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말 감독이 회고하는 유년의 풍경이란 그다지 천진하기만한 것은 아니더군요. 대체로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로 구성된 작은 학교에 새로온 전입생들을 대하는 태도는 물론 장난기가 섞이긴 했지만 상당히 폭력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자기 옆 침대를 쓰게 된 보네에게 줄리앙이 처음 했던 말은 "귀찮게 하면 가만 안둔다"는 경고였지요. 학교 안에는 학생들과 교사들, 그리고 신부님들 외에도 식당 일을 하는 아주머니와 비슷한 또래의 절름발이 소년이 하나 있는데 결국 출신과 계급의 차이로 인한 갈등의 주인공이 되고야 말지 않던가요. 나치가 유태인을 잡아가고 외국인들을 솎아내기 이전에 우리가 먼저 그런 인종과 계급의 벽을 두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인 것이죠. 표면적인 비극의 원인은 나치 독일이지만 그 이전에 스스로에게서 비극의 씨앗을 발견해내고 있는 감독의 시선이 돋보이는 부분들이라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두 주인공은 천진한 유년의 나이에 걸맞게 땅바닥을 뒹굴며 싸우다가 금새 화해를 하기도 하며 서로를 알아가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피아노 선생님으로 출연한 이렌느 야곱을 알아보고 깜짝 놀랐었는데요(이 작품이 데뷔작이었다는군요), 줄리앙이 보네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바로 선생님도 깜짝 놀란 보네의 피아노 연주 실력이었죠. 둘의 우정이 만개하는 모습 또한 흥겨운 리듬의 곡을 보네가 줄리앙에게 가르쳐주고 함께 연주하는 장면에서 잘 드러납니다. 학교 안의 모든 이들이 모여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를 보던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타셈 싱 감독의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2006)에서처럼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옆에서 교사들이 피아노와 바이얼린을 연주하더군요. 전반적으로 루이 말 감독의 개인사 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취향 등이 잘 드러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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