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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The Swell Season 내한공연 (Once 공연)


어젯밤(1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The Swell Season 내한공연에 갔었다. 예전에 영화 <Once>를 처음 접했던 것은 Amazon.com의 OST 차트에서 1위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음악을 먼저 찾아들었던 때였고, OST 표지와 포스터가 너무 예뻐서 (기타 프렛 보드 위를 걸어가는 커플이라니!) 영화 개봉을 목빠지게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영화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고, 그 이후 영화가 엄청난 흥행을 했으며, OST가  놀라울 만큼 팔려나간지 벌써 1년여가 흘렀다. 스웰 시즌 밴드가 내한한다는 루머는 종종 있어왔지만, 올해 1월 실제로 온다는 소식을 들은 후에도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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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무대에도 구멍난 기타를 들고 나타날까 하고 궁금해 하고 있을 때, 글렌 한사드가 영화에서 보았던 그 구멍난 기타를 들고 홀로 나타났다. 맨 꼭대기 층에 앉은 관객에까지 자기 목소리가 들리는지 확인하면서 열정적으로 열창한 <Say it to me now>가 시작되자, 내가 정말 그들의 공연에 왔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영화에서도 멋진 연주를 들려주었지만, 실제 공연으로 본 글렌 한사드의 보컬과 기타는 "온 몸으로 부르는 노래"와 "온 몸으로 전하는 연주"라는 느낌을 주었다. 곡 하나 안에서도 나직하게 읊조리는 목소리에서부터 콘서트 홀을 울리는 락커스러운 열창을 넘나드는 그의 보컬의 창법은, 섬세한 아르페지오 연주에서부터 헤비메탈보다도 하드한 파워풀한 기타 스트로크를 오고가는 그의 기타와 혼연일체가 되어 그의 넘치는 감성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고 있었다. 영화 <원스>에서도 노래를 통해서 진심어린 대사를 전해주었던 그는 가사와 음악을 통해서 그의 이야기에, 그의 설득에, 그의 위로에 푹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체구가 아담하고 귀여운 마르케타 이글로바는 검정 니트에 귀여운 빨강색 스커트를 입고서 다소 수줍은 듯하면서도 당차게 연주를 들려주었다. 이런저런 멘트를 많이 했던 글렌에 비해서는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감사하다는 멘트를 할 때의 모습은 몇마디 안 되는 말 속에서도 그녀의 순수함과 겸손함이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커다란 기타를 들고 연주를 할 때에도 얌전히 앉아서 피아노를 칠 때에도, 조금씩 리듬을 타면서 흥겨운 보컬을 할 때에도 정말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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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의 다른 멤버들도 연주실력이 대단했고, 특히 바이올린 독주를 하기도 했던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오메어는 아이리쉬 음악의 애잔함과 깊이를 동시에 느끼게 해 주었다. 또 깜짝 출연으로 글렌 한사드의 남동생이 무대에 초청되어 곡을 하나 연주했는데, 어딘가 형을 닮은 듯 하면서도 풋풋한 그의 모습은 공연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 주었다. 글렌의 목소리와 REM 보컬인 마이클 스타이프의 목소리의 중간 톤 정도 되는 매력적인 음성으로 꽤 멋진 연주를 들려주었다.

한국에 온 것이 정말 기쁘다고 말하면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를 연발한 글렌의 무대 매너도 훌륭했고, 영화에서 접하지 못한 그들의 다양한 음악세계를 보여주는 곡들을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좋았던 것은 영화에서 들었던, 그리고 OST를 통해서 수없이 많이 들었던 <Once>의 주옥같은 삽입곡들을 라이브로 듣는 꿈같은 경험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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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이 있다면,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의 음향이었다. 거대한 홀의 사이즈 때문인지 음량을 무리하게 키운 듯한 사운드는 여러 악기들이 동시에 연주될 때마다 부담스러운 사운드의 과잉을 만들어 내어 제대로 된 음악을 즐기기 힘들게 할 때가 종종 있었다. 오히려 소규모 편성으로 듀엣이나 솔로를 할 때의 사운드가 훨씬 듣기 좋았다. 사실 이들의 공연을 이렇게 대규모 공연장에서 한다는 것 자체가 좀 어울리지 않는 느낌도 든다. 거리에서 연주하는 글렌 한사드나 카페에서 연주하는 그들의 공연이 훨씬 더 낭만적이고 매력적일 것 같은데... 앰프나 스피커의 도움 없이 어쿠스틱으로 듣는 그들의 공연이 있다면 언제라도 달려가고 싶은데 말이다.

예전에 <원스> 영화 리뷰를 쓰면서 "음악이 마음을 주고 받는 대화가 되는 순간"을 보여주었다고 썼던 기억이 난다. 멤버들 간에 따뜻한 눈빛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가 느끼는 감정을 하나로 표현해서 들려주는 밴드, 그리고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감정을 음악에 실어서 진심을 다해서 들려주는 밴드, 스웰 시즌의 공연을 본 어젯밤은 오래도록 마음 속 깊이 간직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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