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연

카르미뇰라와 비온디의 사계


올 가을에는 비발디 연주로 유명한 뮤지션들의 공연을 연달아 만날 수 있었다. 10월 29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했던 줄리아노 카르미뇰라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하였고, 11월 2일에는 파비오 비온디에우로파 갈란테가 LG 아트센터에서 협연을 하였다. 바로크 음악 애호가로서 둘다 놓칠 수 없는 공연이기에 두 연주회를 모두 가고야 말았다.


줄리아노 카르미뇰라는 비발디의 현악협주곡들과 사계를 연주해 주었는데, 7대의 바이올린과 2대의 비올라, 첼로, 비올로네, 류트, 하프시코드로 구성된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다. 개인적으로 앉아서 연주하는 바이올린보다 서서 연주하는 바이올린을 선호하는데, 연주자의 움직임이 훨씬 자유로울 뿐더러 그 동작에서 전해지는 역동성이 음악에 대한 느낌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 날의 연주는 그런 느낌이 더욱 화려하게 전해졌는데, 카르미뇰라의 비주얼이 너무나 우아하고 아름다왔기 때문이다. 젠틀한 외모에 슬림하고 기다란 팔로 연주하는 모습이 마치 부드럽게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이어서 사운드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즐거움을 주는 공연이었다. 아마도 그의 인기는 연주 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중년의 외모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부드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카리스마가 넘쳐서 함께 연주하는 단원들과의 조화도 완벽에 가까왔다.

파비오 비온디와 함께 방문한 에우로파 갈란테의 경우에는 몇몇 단원들의 헤어스타일이 자유분방하기도 하고 연령대도 젊어보여서 좀더 발랄하고 자유로운 느낌을 주는 오케스트라였다. 6대의 바이올린, 2대의 비올라, 2대의 첼로, 더블베이스, 하프시코드, 그리고 류트와 비슷한 테오르보로 구성되어 있으며, 연주 목록은 헨리 퍼셀과 장-마리 르끌레르의 곡, 그리고 나머지는 비발디의 곡들로 채워졌다. 사계가 빠져있어서 좀 아쉬웠는데, 앵콜 연주에서 <여름>을 들려주어서 뜻밖의 행운을 얻은 기분이었다. 위에서 말한 스탠딩 연주의 우아함과는 조금 거리가 먼, 다소 땅딸한 외모의 파비오 비온디이기는 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파워와 열정으로 멋진 무대를 만들어 주었다. 에너지가 넘치는 바로크랄까.

어쨌든 카르미뇰라이든 비온디든 간에 하프시코드와 류트가 조화를 이루는 현악 협주의 사운드는 정말 매력적이다. 그렇지만 굳이 선택을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카르미뇰라의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연주를 선호하는 편이다. 예전에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바이올린이 깽깽대지 않고 부드러운 음을 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체험한 이후로는 "부드럽고 섬세한" 바이올린에 마음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카르미뇰라의 <사계> 연주도 좋아하지만, 그의 연주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in B, RV 583 2악장 안단테이다.



<사계>를 연주한 카르미뇰라와 비온디의 추천음반은 아래와 같다. 그리고 시대악기로 연주하는 당대연주를 사랑하시는 분들은 12월말에 내한하는 조르디 사발의 헨델 연주도 놓치지 마시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