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뒤덮인 어느 평화로운 마을에 사는 한 남자가 있다. 행크라는 이 인물은 겉보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마을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며, 출산을 앞둔 아름다운 아내와 오손도손 살고 있다. 하지만 어느 날 행크에게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난다. 행크와 그의 동생인 제이콥, 그리고 제이콥의 친구인 루 세 명이 우연히 눈 속에서 사고가 난 비행기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 400 만 달러라는 거금을 찾아낸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제이콥과 루보다 많은 것을 배웠고 이들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행크는 이 돈의 출처를 의심하면서 돈을 함부로 손대지 말고 경찰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그들을 설득하려고 한다. 하지만 제이콥과 루는 눈 앞에서 나타난 돈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고 돈을 갖기를 반대하는 행크에게 다른 사람들도 이 돈을 봤다면 가져갔을 거라고 그를 설득한다. 법을 내세워 제이콥과 루를 설득하던 행크도 점점 그들의 논리에 수긍을 하게 되고, 결국 그는 돈의 출처가 밝혀질 때까지 자신이 돈을 보관하기로 결정한다. 돈을 갖고 들어온 행크는 그의 아내인 사라에게 넌지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녀의 판단을 물어본다. 당연하다는 듯이 사라는 출처가 불분명한 돈은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행크가 그녀 앞에 돈 뭉치를 보여주는 순간 그녀도 행크의 설득에 수긍하기 시작한다. 고민하던 사라는 결국 행크의 설득에 넘어가고 그녀는 한술 더 떠 행크에게 돈의 일부를 비행기에 남겨두라고 말한다.
행크는 동생인 제이콥과 함께 그 돈을 숨기기 위해 다시 비행기가 있던 곳으로 가서 돈을 놓지만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우연히 사냥을 하러 온 이웃이 비행기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망을 보고 있던 제이콥이 그를 삽으로 때려 죽인 것이다. 비록 지능은 모자라지만 심성이 착한 제이콥이 경찰에게 자수하겠다고 말하자 행크는 그를 설득해 차에 태워 보내고 자신은 시체를 숨기기 위해 이웃주민의 시체를 스노모빌에 태운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이웃이 길을 가던 도중 살아나자 행크는 자신의 손으로 그를 목졸라 죽인다. 거액의 돈을 갖기 위해 벌인 계획이 아이러니하게도 살인이란 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심플 플랜'은 이처럼 우연히 눈 앞에 들어온 돈을 지키기 위해 심지어 살인까지 하는 인간들의 추악한 모습을 보여준다. 진실을 숨기기 위해 이들은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도 살해 한다. 한 사람을 살해하고 나서 사건을 조작해 알리바이를 만들어 위기를 벗어나지만 다른 위기가 찾아와 행크를 괴롭힌다. 돈을 갖고 있다는 비밀을 갖고 있는 순간 행크는 그 수렁 속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수렁을 벗어나기 위해 그가 하는 일은 계속된 은폐이다. 은폐가 진행될 수록 비밀은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올 때 까지 잠시나마 지켜지지만 행크는 그가 가지고 있었던 도덕적 양심은 온전히 사라져 버린다. 게다가 행크와 사라, 제이콥이 진실을 하나씩 숨기면서 인간성이 붕괴되는 과정은 흥미롭다. 돈을 발견하기 전까지만 해도 전혀 불행해 보이지 않던 사라는 행크가 돈을 다시 돌려놓는다고 하자 궁상스러운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려고 하냐고 그를 설득한다. 돈을 발견하기 전까지도 해도 평범한 생활에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던 사라는 자신이 살았던 이전의 생활조차 거부하게 된 것이다. 심성이 착한 제이콥은 살인을 저지르면서 자신의 내면 속에서 악마성을 발견한다. 술에 취한 제이콥이 악마의 존재가 느껴진다고 고백하는 그의 모습은 한 순간의 탐욕 때문에 고통스러워 하는 인간의 내면을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심플 플랜'의 결말은 행크 일행이 돈을 지키기 위해 벌인 모든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었나를 여실히 보여준다. 돈을 찾아온 유괴범을 처리해 모든 위협이 끝났다고 생각한 행크는 서둘러 사건을 조작하려고 하지만 자신이 죽인 루의 집을 수시로 드나들 정도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던 제이콥은 형에게 자신을 쏘라고 명령한다. 행크는 제이콥의 행동에 놀라 그를 설득하지만 제이콥의 굳은 결심을 꺾지 못하고 스스로 그를 쏴 죽인다. 동생까지 죽여 가면서 진실을 숨기려 한 행크는 우연히 FBI 요원에게 말 한마디를 듣고 그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유괴범을 추적하기 위해 FBI가 400백만 달러의 일부분의 일련번호를 적어 놓았다는 것이었다. 결국 행크가 그토록 지키려 한 400백만 달러는 사실상 휴지조각에 불과했던 것이다. 행크는 그 진실을 안 순간 집으로 돌아와 돈을 모조리 태운다. 행크와 사라는 다시 일상 생활로 돌아온다. 하지만 한순간 평생 쥘 수도 없는 돈을 가졌고 그 돈을 가지기 위해 살인도 서슴치 않았던 그들이 일상생활로 돌아올지는 미지수이다. 영화의 후반부 모습은 그들이 결코 옛날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란 점을 보여준다. 행크와 사라는 다시 직장에서 일을 하지만 전반부와 달리 그들의 모습은 열심히 일하는 행복한 모습이 아닌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하는 짜증스러운 모습이다. 그리고 행크는 제이콥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형제들이 살았던 집을 바라보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심플 플랜'은 스릴러 적으로 훌륭한 영화이지만 설원 속의 고요한 풍경과 까마귀의 모습이 잘 어우러진 예술 영화적인 느낌도 물씬 난다. 설원 속에서 인간들이 벌이는 끔찍한 살인의 모습은 코엔 형제의 대표적인 작품인 '파고'와 닮은 점도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십계'의 마지막 작품이 연상된다. 우표가 엄청난 가치를 지닌 것임을 알게 된 순간 서로를 불신하던 형제가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서로 화해하는 것처럼, '심플 플랜'속의 형제도 돈을 잃고 나서야 그들의 우정을 확인한다. 행크는 스스로 잘나서 성공한 줄 알았지만 제이콥과의 대화 속에서 자신의 성공이 아버지와 동생의 희생에서 나온 것임을 알게 된다. 자신의 학자금은 아버지가 빚을 내고 심지어는 보험금을 타기 위해 사고를 가장해 자살해 만든 돈이며, 동생은 형이 그 돈으로 성공하면서 자신은 비참한 인생을 살면서도 그에게 원망조차 하지 않는다. 400백만 달러를 지키기 위해 행크는 그런 착한 동생까지 스스로 쏴 죽이면서 그 돈을 얻으려 하지만, 결국 휴지조각으로 남은 돈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커다란 교훈을 안겨준다. 돈보다 더 중요한 건 형제 간의 아름다운 우정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