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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home

도그빌 (Dogville,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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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빌'을 볼 때 처음에는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마치 연극무대 같은 비현실적인 배경, 그리고 챕터 별로 나누어진 구성이 영화보다는 연극을 본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 연극무대 같은 도그빌의 배경을 봤을 때는 현실적이지 않아서 이질감이 있었지만 놀랍게도 점점 그 배경이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보이던 도그빌의 무대가 현실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마치 마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것처럼 하늘에서 바라본 카메라의 시선이나 거리를 기준으로 뻥뚤린 집 안의 사람들의 행동이 드러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관객인 나 자신이 모형을 입체적으로 보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도그빌의 연극무대의 촬영도 인상적이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조명은 인간의 심성을 표현하는데 효과를 더해주었다. 예를 들어 어두운 배경에서 달이 뜬 것처럼 은색 빛의 조명이 비출 때 평범하게 보이는 마을 사람들이 사실은 숨겨진 탐욕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러한 조명의 효과가 도그빌 마을의 현실성이 더욱 높여주며 마을 사람들의 숨겨진 심성을 발견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연극무대를 현실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것은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추악한 모습이었다. 도그빌로 들어온 그레이스라는 여성이 도그빌에서 수용될 때만해도 한 인간이 마을을 아름답게 바꾸는 모습을 그리는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영화의 챕터가 하나씩 넘어가면서 도그빌 마을 사람들의 내면 속에 숨어 있는 추악한 욕망이 드러나면서 도그빌의 실체가 드러난다. 마을 주민들이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일을 그레이스가 도맡아 일하면서 점점 마을 사람들은 편리함을 느끼게 되고 그녀가 일하는 일을 당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그녀의 호의를 거북하게 여기던 사람들은 그녀가 갱단에게 쫓기고 있다는 약점을 이용해 그녀를 하녀 부리듯 대한다. 게다가 마을의 남자들은 그녀에게서 육체적인 탐욕을 꿈꾸게 된다. 자기에게 존경을 요구하던 농부는 그녀를 강제로 존경하게 만든다면서 그녀의 육체를 탐하게 되고 그녀의 이야기를 친절하게 들어주던 장님은 그녀의 다리를 함부러 만져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