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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13 (Apollo 13, 1995)


론 하워드 감독의 '아폴로 13'은 달 탐사 중 불의의 사고로 지구로 귀환한 아폴로 13호의 여정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영화이다. 달에 착륙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지구로 귀환한 점만 생각한다면 아폴로 13호의 우주 탐사는 실패로 느껴지지만, 영화는 아폴로 13호에 탑승한 3명의 우주 비행사들의 극적인 귀환을 통해 아폴로 13호의 여정이 인간의 생명을 살려낸 '위대한 실패'였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아폴로 11호의 우주 비행사인 닐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딛는 순간 TV를 지켜보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아폴로 11호의 예비팀이었던 짐 러벨은 그의 지인들과 함께 역사적인 순간을 시청한다. 짐은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하는 장면을 바라보면서 마치 자신의 일인듯이 기뻐하지만, 한편으론 달에 다다르지 못한 자신의 안타까운 과거를 떠올리며 멀리 떨어진 달을 바라본다. 그러던 어느 날, 짐에게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온다. 아폴로 13호에 탑승할 예정이었던 대원이 건강에 이상이 생기자 짐과 그의 동료인 프레드, 켄이 아폴로 13호에 탑승하기로 결정된 것이다. 세 명의 비행사들은 달에 착륙할 수 있다는 희망이 현실화된다는 기쁨을 느끼며 열심히 모의 훈련을 한다. 몇몇 사람들은 아폴로 13호가 서양에서 재수 없는 숫자인 13을 연상시킨다면서 그들의 비행에 대해 두려운 감정을 언급하지만 비행사들은 자신감을 드러내며 그들의 말을 일축한다.

하지만 발사 이틀 전 홍역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짐의 팀원인 켄 대신 예비팀에 있던 잭 스와이거트가 아폴로 13호에 탑승하게 된다. 켄과 함께 손발을 맞추어가며 연습하던 짐과 프레드는 새로운 동료인 잭의 합류를 그리 반가워하지 않는다. 연습이 부족한 잭이 실수를 하자 그를 대놓고 나무라지 않지만 잭을 바라보는 두 비행사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아 보인다. 이처럼 발사를 앞두고 팀원들 간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존재하지만 아폴로 13호의 출발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된다. 아폴로 13호가 우주를 향해 날아가는 순간을 재현한 장면들은 마치 실제로 우주선을 쏘아올리는 장면을 촬영한 것처럼 사실적인 느낌을 준다. 또한 우주를 비행하면서 로켓의 일부를 단계에 맞춰 분해하는 과정, 그리고 달 탐사선을 도킹하는 장면 등의 세심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아폴로 13호가 궤도에 맞게 달을 향해 이동하는 과정 속에서 보여지는 우주선 내부의 모습을 묘사한 장면들 또한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비행사들이 좁은 우주선 공간 안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장면과 우주 밖으로 소변을 배출하는 모습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우주의 환경을 적절히 묘사한 대표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순조롭게 달을 향해 운행을 하던 아폴로 13호는 갑작스런 결함을 드러내며 세 명의 비행사들을 혼란 속으로 빠뜨린다. 우주선 내부의 전기 합선으로 산소탱크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아폴로 13호 기체의 모든 기능이 중지되기 시작한 것이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해 우주선 내의 비행사들과 관제센터의 나사 직원들은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다. 기계의 결함으로 인해 달에 착륙은 커녕 우주선 내에서 활동할 산소나 전력이 턱없이 부족하게 된 짐과 프레드, 그리고 잭은 졸지에 우주선에 갇힌 꼴이 되고 만다. 이처럼 영화는 우주선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실시간으로 드러내면서 생존에 직결한 비행사들의 사투를 스릴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아폴로 13호의 달 탐사 항해에 대해 시큰둥했던 사람들은 아폴로 13호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뉴스를 듣자 갑자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영화는 짐 러벨의 집에 모여든 언론 관계자들의 모습을 통해 시청률이 오를만한 이슈가 생겨야 비로소 귀를 기울이는 저널리즘의 자세를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언론인들의 이중적인 관점을 비판하면서도 아폴로 13호에 있는 비행사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관제센터의 직원들의 사투를 통해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한계에 다다른 산소 공급과 전력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지구까지 무사히 귀환할 수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짜내는 직원들의 모습과 우주선에 갇힌 동료들이 지구에 귀환하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관제센터를 찾아온 켄의 모습은 인간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사들처럼 느껴진다.

아폴로 13호 내부에서 고군분투하던 세 명의 비행사들이 많은 사람들의 기원과 도움을 받아 지구로 무사히 귀환하는 장면은 마치 스포츠 영화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사람들의 포효를 지켜보면서 느끼는 뜨거운 감동을 전한다. 각자의 임무에 충실하게 일한 사람들이 동료의 무사 귀환을 축하하며 서로 격려하는 모습들 그리고 그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지구로 귀환한 세 명의 비행사들의 미소는 아폴로 13호의 여정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영화는 탐험을 통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가져오는 것도 대단한 것이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주어진 한계를 극복하면서 무사히 살아 돌아온 세 우주 비행사들의 탐험 역시 위대한 모험임을 설득력있게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