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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꼬마니콜라] 사랑스러운 악동들



<꼬마 니콜라>는 르네 고시니의 단편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의 원작인 르네 고시니의 아동 소설은 소설보다는 그 삽화로 더 유명한데, 단편들로 이루어진 이 아동 소설은 꼬마 아이들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번역이 되었기 때문에 나 또한 어린 시절에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에 꽤나 즐겁게 읽었던 다른 작품들은 로알드 달의 「찰리와 초콜렛 공장」, 「마틸다」등의 소설이었는데 모두 다 어린 시절에 읽기 딱 좋지 않았나 싶다. 이 작품들 모두 어린 아이들의 상상력과 천진난만함을 소재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었고, 르네 고시니의 「꼬마니콜라」또한 마찬가지였다. 니콜라라는 한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채 그의 친구들과 주변 어른들이 등장하는 단편들은 무척이나 유쾌했고, 다른 한 편으로는 어린 시절의 나 또한 니콜라의 심정이 이해가 가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가령, 예를 들어서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단편인 '만약에 동생이 생기면 나는 버림받게 되지 않을까?'라는 스토리는 어른들이 보기에는 헛웃음이 나오지만 그 나이 또래의 아이가 했을 법한 고민이고, 이렇게 단편들은 모두 어린 아이들의 세상으로 가득차 있다.


엄마, 아빠와 행복하게 지냈던 니콜라는 어느 날 엄청난 걱정에 휩싸이게 된다. 그 걱정이란 바로 자신의 동생이 생겨서 자신이 버림받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 일은 바로 니콜라의 학교 친구들 중 하나인 요아킴 때문에 생기게 되었는데, 자신에게 동생이 생겨서 부모님의 관심이 사라졌다고 불평했던 요아킴이 어느 날 학교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계속되는 요아킴의 결석으로 인해 니콜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요아킴이 학교에 나오기 전에 불평했던 자신의 부모님의 패턴 변화가 요즘의 엄마 아빠가 행동했던 것과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니콜라는 엄마아빠가 임신을 한 게 아닐까 고민을 하고, 자신 또한 부모님에게 버림을 받을까봐 불안해한다. 그러자 니콜라의 친구들은 니콜라를 돕기 위해서 여러 방안을 생각하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긴다. 하지만 그들의 시도는 어느 꼬마애들이 그랬듯이 성공은 커녕 더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다른 방안을 생각해낸다. 물론 그 또한 결과가 좋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이렇게 영화는 커다란 스토리인 '동생이 생겨서 버림받을까봐 고민하는 니콜라'의 이야기를 가지면서도 원작의 다른 단편 속에 등장하는 사건들을 등장시킨다. 힘이 세지는 약, 신체 검사, 도박(룰렛), 사장 부부 초대하기, 장학사 방문 에피소드 등의 사건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원작 속에서 그 사건들은 각각 따로 등장했지만, 영화에서는 그와 다르다. 하나의 큰 틀 속에서 곁다리로 등장하는 코믹 에피소드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 사건들은 영화 속의 캐릭터들의 특징과 어울려서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주는 데 사용되고 있다. 가령, 신체검사 날까지도 빵을 먹는 먹보대장 친구라든지, 비밀 기지의 암호를 까먹어서 고생하는 전교 꼴찌 친구 등의 이야기들은 개개인의 캐릭터 구상에 힘을 주면서도 꽤나 웃기기까지 한다.

 영화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영화 나름대로의 매력을 선보인다. 그것은 바로 원작이 영화화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캐스팅'인데, 이 영화는 그 면에 있어서는 무척이나 성공적이라 생각된다. 그 이유는 바로 영화 속 아이들이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귀엽기 때문이다. 영화 속 아이들은 외모에서도, 성격에서도 매우 귀여운 모습들을 보여준다. 영화관을 나오고 나서 관객들이 (주로 여성관객들이었다) '귀여워!'를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던 것만큼 말이다. 또한 주인공인 니콜라의 부모님들 또한 사랑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사장 부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니콜라와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실패로 돌아가고 그들은 의외의 부분에서 승진의 기회를 얻기도 한다. 이는 곧, 이 영화가 마냥 어린 아이들만 등장하지 않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영화는 니콜라의 부모 외에도 아이들을 배려해주는 상냥한 담임선생님,  주임선생님 등을 등장시키면서 영화가 너무 아이들의 이야기에만 쏠리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은 바로 이 영화의 장르가 '코미디'라는 점이었다. 코미디는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가장 큰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 전제인 '그 코미디 코드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필요한 장르다. 나라마다 각기 '빵 터지는 순간' 즉, '웃음 코드'가 어떠냐에 따라서 웃길 수도 웃기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코미디인 것이다. <꼬마 니콜라>는 프랑스산 코미디 영화다. 국내에서 프랑스 영화들이 크게 어필하지 않는 가운데, 코미디 장르 영화가 개봉을 하다니 무척이나 신기한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니 그 이유를 잘 알것 같다. 그 이유는 바로 영화의 웃음은 우리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공통적인 소재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꼬마 니콜라>는 마냥 영화 속 니콜라와 친구들 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다. 기억을 돌이켜보면 우리들 또한 저런 생각을 하고 자신들만의 황당한 소동을 벌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 또한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엄마아빠에게 졸랐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동생이 태어나니 부모님의 관심을 뺏어간 동생이 싫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속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계속 보니 동생은 무척이나 귀엽고 우리는 아직까지도 티격태격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몰려 다니면서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서 놀이터에서 노느라 정신이 없었고 어떤 선생님이 마음에 안든다고 쉬는 시간에 선생님 욕을 몰래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학교에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고 싶은 장소임에 동시에, 선생님들 때문에 가기 싫은 장소이기도 했다. 게다가 우리보다 나이가 많은 고학년들은 어찌나 무섭던지 그들 주변에는 가까이 가지 않았던 기억도 난다. 우리는 각자 장래 희망을 말하면서 미래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어린 시절 나의 꿈은 '피아니스트'였다. 그 시절에는 피아노를 치는 것이 몹시 즐거웠고 콩쿨 대회에서도 상을 몇 개나 탔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추억'일 뿐이다. 그 시절 나와 함께 운동장을 뛰어다녔던 친구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영화를 보고 나니 그것이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