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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나는 멋지고 아름답다> 24명의 멋지고 아름다운 영웅



<나는 멋지고 아름답다>는 24명의 장애인들의 이야기다. 중증 장애를 가진 사람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자신의 삶과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사회, 관계 맺은 사람들, 자신이 정한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그를 위해 사람이 기울일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노력을 해낸 사람들이다.

<나는 멋지고 아름답다>를 읽기 시작할 때는 마음 한구석에서 불안한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이 수 많은 성공서들처럼 몇몇 사람들의 성공을 일반화하고, 현실에서 불만을 이야기하는 소리를 재우거나, 사회적인 조건이 마련되지 않아도 개인의 노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책이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었다.

하지만 <나는 멋지고 아름답다>는 적어도, 성공확률 1%에 도전하고, 그것을 이룬 사람들만이 빛나고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는 책은 아니었다. 때론 주인공들의 성취가 입이 벌어질 정도로 놀랍고 그 성취가 눈이 부시도록 빛나지만 그들의 성취는 1%의 성공기와는 달랐다.

그들의 목표는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었고, 벽으로 둘러쳐진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 사람과 세상과 관계를 맺는 것이었다. 개인의 이익과 개인의 권력과 개인의 명성이 아니라 자신과 사람들을 위한 목표, 그 목표를 향해 흐트러짐 없이 정진해서 얻은 그들의 성공에 어떻게 찬 바람이 일겠는가?

 

장애 - 미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강한 열망

사법고시를 볼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그 전에 마라톤에 참가해서 목발을 잡고 완주를 해내고, 두 소절짜리 동요 '나비야' 한곡을 연주하기 위해 육개월을 매일 열시간씩 피아노에 매달리고, 의족을 신기 위해 수 차례의 다리 수술을 감행하는 힘. 등줄기를 오싹하게 만들만큼 강하고 독한 열망을 나는 어느 한 순간이라도 가져본 적이 있는가?

나는 없다. 상상으로도 두렵다. 헌데, 24명의 장애인 모두는 말도 안 되는 욕망을 품고 거기에 매달린다. 그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걸 꼭 해야하는 것도 아닌데, 나 하나 그거 안 한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하루 열시간을 언 손을 불어가며 연탄 창고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사막을 횡단하는 경기에 나서고, 밤을 새워 공부에 매달리는 시지프스가 되기를 자청했다. 그리고 그걸 해낸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장애'라는 말 뜻은 아주 부분적인 뜻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오히려 장애는 강한 열망을 뜻하는 것이었다.  이를 수 없는 것, 미칠 수 없는 것, 현실에서 다가갈 수 없다는 편견을 강요받기 때문에 반드시 이루겠다는 높은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장애인이었다.

 

장애인 -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들을 똑바로 보기

나는 장애인을 만나는 일에 서툴다. 중증의 장애인인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일 년여 1주 1회 방문했던 장애인 언니를 만날 때도 그랬다. 만날 때는 아무 거리낌 없는듯 스스럼 없이 대하곤 했지만, 그 집을 나와서 생각해보면 때로는 내게 불편하게 대하는 것을 참고 있었다거나, 친밀감을 의식적으로 밖으로 내보이려 했던 모습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지곤 했다.

내 의식과 장애인 친구와 내가 맺는 실질적인 관계의 차이가 꼭 법과 현실의 차이 사이의 거리라는 생각을 한다. 작년 8월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발효됐다. 여전히 법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의 차별은 부끄러운 일이다. 허나 법이 정한 수준에서 사람을 대하는 것이 사람 사이의 정과 도리가 아닌 것처럼 차별금지법을 지키는 수준을 넘지 못하는 장애인과의 관계맺기도 반성할 일이다. 그 좁은 시선으로는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난 지금껏 법의 시선을 넘지 못해 장애인의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 못했던 사람이다.

 

마음 다친 사람들을 위한 상비약

<나는 멋지고 아름답다>는 내가 그동안 볼 줄 몰랐던 장애인들의 멋지고 아름다운 몸을 보여주었다. 사랑스런 마음들도 엿보았다..

스무살 나이에 굽은 등과 가는 팔다리로 전신 거울 앞에 선 여성장애인, 자판 하나를 누르기에는 발가락이 너무 두꺼워 오타를 반복했던 중증 장애인의 사랑, 서른 마흔이 넘은 나이에 찾아온 신체적인 중증장애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다시 사람들 앞에 나서는 큰 용기. 편견 그득한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람들을 찾아 수 백통의 원서를 들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도 자신 좌절하기는 커녕 자긍심을 잃지 않는 놀라운 자의식.

비장애인 보다 사람과 사회를 향해 더 적극적인 시각과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장애인들, 현실의 장애를 딛고 더 나은 삶을 향해 부단한 노력과 성실한 노동, 단련을 경주하는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을 <나는 멋지고 아름답다>를 통해 보았다. 그리고 배웠다.

나를 사랑하고 내 요구를 사랑하고, 내 의지를 믿고 꾸준히 실천한다면, 나 또한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걸 말이다

<나는 멋지고 아름답다>. 집안에 구급상자처럼 꼭 곁에 두고 가족과 나눠보고 싶은 책이다.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거나, 자신에게 실망하거나 자신의 아름다움을 찾지 못하는 마음의 병을 위한 영약이 될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