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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로저 딘 회고전 <Dragon's Dream> - 상상력으로 가득찬 LP 캔버스


앨범 커버라는 것이 단순히 뮤지션의 외모를 보여주는 창구에 지나지 않을 경우도 많지만, 음악이라는 예술을 담은 패키지의 포장은 의외로 멋진 캔버스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단순히 뮤지션의 사진을 담아낼지라도 어떤 순간을 포착하느냐에 따라서 그 뮤지션에 대한 깊은 인상을 남기는 꽤 매력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하고, 뮤지션이 직접 그림을 그려넣어 자신의 또다른 예술적 재능을 발휘하기도 하며, 때로는 수수께끼같은 이미지들로 신비감을 주기도 한다.

더구나 CD가 개발되기 이전, LP라는 커다란 캔버스를 활용했던 시기에는 예술적 재능을 LP 커버에 담아내었던 음반들이 꽤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아티스트인 "로저 딘(Roger Dean)"의 커버아트 전시가 지난 3월말부터 6월 6일까지 대림 미술관(종로구 통의동)에서 열리고 있다. "Dragon's Dream"이라는 부제를 단 <로저 딘 회고전>은 현대 미술의 한 단면을 보는 듯이 모던하면서도 그 커버 아트가 담아내었던 음악들만큼 진보적이며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설 만큼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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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기 Yes, Uriah Heep, Pink Floyd 등의 앨범 커버로 접했던 그의 그림들은 프로그레시브 락을 표현하는 시각적 이미지로 내게 뚜렷이 각인되어 있었으며, 프로그레시브 락 음악의 강렬하고 몽환적인 매력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무대 장치같은 것이었다. 웅장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음악들과 함께 접한 그의 우주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그림은 흔히 SF 영화에서 접했던 이미지들보다는 뭔가 철학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무언가로 나를 매료시켰다.  

이번 전시에서는 LP 사이즈로도 감동받았던 그의 그림들을 갤러리 벽을 채우는 커다란 원화로 접하면서, 그의 상상력의 거대한 스케일에 더욱 압도당하기도 하고, 원화의 세밀함에 감동하기도 했으며, 관람하는 동안 귓가에는 웅장한 락 음악이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끔은 유머러스한 일러스트레이션에 웃음짓기도 하고, 팝업 북처럼 디자인한 LP 커버의 기발함에 놀라기도 하고, 동서양을 아우르는 신비한 화폭 앞에서 한참을 머물기도 했다. 어린 시절을 홍콩에서 지낸 적이 있는 로저 딘은 수묵화 느낌의 화풍과 화려한 색감을 조화시키면서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놀라운 세계를 창조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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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아트와 로고 디자인 등의 전시품 이외에도 도록을 통해서 엿본 로저 딘의 작품 세계는 매우 광범위해서, 건축, 가구 디자인, 무대 디자인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놀라운 상상력을 펼쳐내고 있었다. "독창성"이라는 측면에서 이 정도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아티스트는 아마도 흔치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이러한 독창성을 영화 <아바타>에서 도용했다고 하는데, 도용에 대한 소송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궁금하기도 하다.

참고로, 전시 관람과 함께 미술관 홈페이지에 안내된 이벤트들(재즈 콘서트, 강연)에도 참여하고 싶다면 이벤트가 열리는 날짜를 확인하고 방문하기를 권하며, 그의 작품 세계에 매료되어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미술관에서 도록과 아트포스터를 구매할 수도 있다. 미리 온라인 회원 가입을 하고 방문하면, 회원 할인가로 입장 및 구매가 가능하다. (http://www.daelimmu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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