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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흔해빠진 사랑 아닌 요술(요술,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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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나은, 딱히 아주 나쁠 것도 없는 영화였다.
배우들의 연기도, 그 배우들을 찍어내는 감독의 시선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그렇다고 아주 좋을 것도, 인상적일 것도 없는 작품이었다.
그러니까 크게 좋지도,
첫사랑 같은 풋풋한 그래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맛을 느끼게 해
언제 나올지도 모를 다음의 필모그라피를 기대하게 하는 첫 영화도 아니었다.

팔방미인이라는 말이
사실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는 말인 것처럼
배우, 가수, 소설가, 일러스트레이터, 감독 구혜선은
아마도 딱 그러한 색깔의 사람처럼 보였다.

청춘 영화란, 굳이 꼭 성장 영화일 필요는 없지만
무엇보다 주인공이 앞뒤 재지 않고 스트레이트하게
현실과 상대와 맞부딪힌다는 데 그 매력이 있다.
상대방을 재고, 다음을 예상하고, 세상만사를 다 겪은 듯 굴고,
또 딱 적당히 움직여 딱 뻔하게 실망해
열정과 꿈, 사랑을 포기하기에는 청춘은 지나치게 멋진 나이다.
결코 잊히지 않는 순간은
내가 아주 찬란하게 빛나던 때가 아니라
반대로 결코 찬란할 수 없었던 실패의 아주 초라한 때였음을,
식지도, 멈추지도 않을 것 같은
터질 듯한 가슴의 쓰라림과 고통이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세월이 가면 깨닫게 된다.
때문에 청춘은 정말로 위대한 시절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예쁜 영화는
솔직하지도, 그렇다고 이 시대의 청춘을 보여주는 것도 아닌,
다시 말해 흔해빠진 사랑조차 되지 못한 요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