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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힘들고 외로우세요?(인 디 에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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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 나는 공항 근처에서 자랐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면 텔레비전 볼륨을 최대로 올려도 소리가 들리지 않아
스피커에 귀를 가져다 대야 했다.
골목길 아래로, 또 머리 위로 해와 별처럼 매일매일 비행기가 뜨고 졌다.
그래서 나에게 떠난다는 일은
기차나 자동차, 배가 아닌 비행기를 타는 행위를 의미한다.

그래서 싸고 맛없는 기내식을 사랑하는 다정한 사람,
비행기가 집이라고 말하는 멋진 남자,
비행기가 향하는 곳이 자신이 있을 곳이라고 독백하는 조지 클루니의 삶이
바로 내가 꿈꾸던 삶이었다.

<인 디 에어> 속 그의 집은 막 체크인한 호텔처럼 깨끗하고
서랍도, 냉장고도, 옷장도 새것처럼 텅 비어 있다.
독신에, 애인이나 애완동물도 없이
정리해고를 대행하며 살아가는 그에게 사람들은 묻고 싶어 한다.
힙들고 외롭지 않으세요?
그는 이에 대해 화를 내지도, 자랑하지도, 스스로를 비하하지도 않으면서
시크한 대답을 들려준다.

"네. 저도 실패하곤 한답니다."

하지만 결혼하고 애를 낳고 가족을 이뤄 정착해 살아가는 사람들도
홀로 텅 빈 배낭을 매고 살아가는 그와 마찬가지로 외롭고 힘들고 자주 실패한다.
인생이란 결국 그러한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자신과 삶에 대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려고
그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러하고자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삶에서 불행은 느닷없이 그리고 끊임없이 우리를 방문할 테니,
가식이든, 거짓말이든, 예의든, 품위든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이
피할 수 없다면 그 불행이 다만 조지 클루니처럼 산뜻하고 상냥하기를 빌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