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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사라져버린 파리의 예술 시대를 추억하다(파리 36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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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기억 속에 선명한, 쓰라림조차 안타까웠던 청춘의 한 시절이 있다면
한 사회에도 고통과 초라함조차 아름답게 추억하고 싶은 시대가 있다.

<파리 36의 기적>은
열광과 축제로 가득했던 파리의 한 시절을 달콤하고 즐겁게 추억한다.
1936년 파리의 가난한 거리, 샹소니아 극장의 쇼는
파리의 예술이 절정이었던 무렵
그리고 파리가 경제 불황과 자본주의 그리고 파시즘과
힘껏 싸웠을 때를 아스라하게 추억한다.

 <레미제라블>도,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물랑 루즈>도
영어 가사로 노래가 불리우고, 영미권 배우들이 주인공을 연기하는 이 시대에
이미 오래전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에 밀려난 파리의 쇼는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대와 운명에 비극적으로 휩쓸려간 한 남자의 이야기만큼
초라하고 안타까우면서도 자부심이 넘친다.

어딘가 뻔한 이 영화가 보는 내내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는
어느 누가 아무리 화려하고 대범한 모습으로 파리를 흉내 낸다 해도
사라져버린 그 시대는 여전히 오롯이 파리의 것이며,
무엇보다 파리를 보지 못한다면 그리움에 사무쳐 죽어버릴 것이라고 노래하던
두스의 모습이 마치 로트렉의 그림 속 여인처럼 아름답고 쓸쓸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