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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세상의 소금(이브 생 로랑의 라무르, 2010)




섹스 앤 시티, 가십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CSI 등
할리우드 영화와 미국 드라마 그리고 스타들의 화려한 파파라치 사진은
이제 미디어의 영향으로
화려한 상류층의 삶이 얼마나 획일적이 되었는지를
 알려준다.

그래서 이브 생 로랑과 피에르 베르제,
프랑스의 오트쿠튀르 디자이너와 좌파 정치가 게이 커플의 행적을 따라
스캔들이나 화려한 생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옷과 모델, 무대 대신에
내밀한 장소들, 집과 방, 소장했던 예술품들을 보여주
이 다큐멘터리는 평생 그 옷을 입어보기는 커녕
실제로 구경조차 하지 못할 나 같은 이에게도 이상한 울림을 준다.

곧 사라져버릴, 그러니까 이제 더는 존재하지 않는
그들의 사적인 공간을 비춰주며
이브 생 로랑을 가장 잘 알았고, 가장 사랑했을 피에르 베르제의 목소리를 따라
과거의 시간을 뒤쫓는 이 영화는
이브 생 로랑이 사랑했던, 가장 사적이면서 가장 시대적인
프루스트의 소설을 문득문득 떠올리게 한다.

신경증 환자는 세상의 소금이라는 프루스트의 말처럼
우리와는 다르게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
그렇게 또
다른 삶, 다양한 가치와 의미가 없다면
세계는 그러니까 현재 미국 상류층의 생활처럼
예측 가능하게 
무미건조해져버릴 것이다.

삶의 다양성을 부정하는 것은
거꾸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명확하게 긋는 일이기도 하다.
바꿔 말해 흑백논리처럼 당신과 다르게 살아간다면 곧 비정상이라는 의미가 된다.
동반자가 세상을 떠나자 함께 소유했던 예술품들을 모두 경매에 부쳐 얻은
사상 최대의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했던 베르제의 결정은
그들의 만남처럼 기묘해 보이지만
예술과 문화, 정치가 인간 사회의 산물인 것처럼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제 프랑스도 세계화의 흐름에 결코 자유롭지 않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프랑스적인 삶을 동경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