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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모모관객의 씨네토크 현장습격] '파우스트'편 2탄!

<파우스트>와 함께 하는 목요일 저녁의 즐거운 이야기

 2013 1 17일 늦은 7 @아트하우스 모모 1

 

 

안녕하세요! 저는 <파우스트> 시네토크 현장에 직접 다녀온 기자 심성희입니다. 파우스트를 보신 분이라면, 혹은 이 영화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계신 분이라면, ‘즐거운이야기라는 말에 조금 의아해하실 수도 있으실텐데요, 다소 어려운 영화로 알려진 <파우스트>지만 강신주 철학가님과 함께한 파우스트 이야기는 그 어느 이야기보다 쉽고, 재미있었답니다!

 

아트하우스 모모는 영화 마니아들의 발걸음이 항상 끊이지 않는 영화관이지만 평일 저녁의 모모 앞은 다소 휑할 때도 있는데요, 이날만큼은 모모 앞이 많은 관객분들로 매우 북적거렸답니다. 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파우스트>를 향한 애정과 관심이 가득한 관객분들 덕분에 모모의 체감온도는 따뜻했습니다. 집중 어린 침묵과 함께 영화가 시작되었습니다. <파우스트>를 한 번, 두 번, 혹은 그 이상으로 관람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다들 여전히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열정 가득한 눈빛으로 스크린에 집중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러시아 영화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와 소쿠로프 감독만의 몽롱한 화면에 취해 아주 가끔! 고개를 떨구시거나 졸음을 맞이하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대체로 2시간 2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영화의 몰입력은 대단했습니다. 괴테의 원전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했고, 파우스트와 뮐러 등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본성, 선과 악 등의 철학적 사유를 해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습니다. 화가이기도 했던 감독 소쿠로프의 아름답고 매혹적인 영상미는 덤!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공포로 가득했던 한 컷 한 컷은 마치 파우스트의 악몽 한 편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영화가 완전히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곧 목요일 저녁의 즐거운 이야기를 이끌어가실 강신주 철학가님이 나오셨습니다. ‘대중과의 끊임없는 교감’, ‘쉽고 재미있는 철학이라는 키워드가 어렵지 않게 떠오르는 강신주 철학가님과의 시네토크는 역시 다른 시네토크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틀에 박힌 딱딱한 영화 이야기가 아닌, 자유로운 상상의 바다에서 관객들이 마음껏 헤엄을 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시네토크가 진행되었습니다. 어렵고 장대한 원작과 이에 맞먹는 난해한 영화, 게다가 철학이라는 키워드까지. 관객들이 편하게볼 수만은 없었던 영화 <파우스트>를 강신주 철학가님 특유의 유머와 솔직한 해석으로 새롭게 이해해 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영화 속 디테일한 의미와 영화적 언어에 대해 강신주 철학가님과 관객분들이 합세하여 새롭게 해석해보는 흥미로운 시간도 가졌습니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부분들도 많지만 말입니다! 독특했던 점은, <파우스트>에 대한 강신주 철학가님의 새로운 견해였습니다. 관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영화를 보기 전에 시놉시스를 숙지해간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영화를 이해하는 있어 핵심적인 시놉시스도, <파우스트>에 관련된 여러 리뷰도, 심지어 시네토크의 소제목인 순수의 폭력성, 모두 소쿠로프 감독의 권력 4부작 중 마지막 작품인 <파우스트>에서의 권력자는 파우스트 박사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괴테의 원작에서의 파우스트를 의 위험성을 가진 순수이성으로 볼 수 있듯이, 영화에서의 파우스트도 폭력성을 가진 순수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죠. 그러나 강신주 철학가님은 ‘<파우스트>에서의 진정한 권력자는 뮐러(원작에서의 메피스토펠레스)’라는 해석을 제안하셨습니다. 소쿠로프의 권력 4부작에서, 이전 세 작품이 모두 실존했던 독재자의 권력을 상징하는 것이었다면,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권력자는 이 아닐까, 하는 발상에서 나온 신선한 해석이었습니다. 실제로 원작에서의 악마메피스토펠레스는 영화 속에서 고리대금업자인 뮐러로 분하지요. 영화 속의 다양한 상징을 통해 뮐러는 돈, 혹은 자본주의를 상징하며, 이를 대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혹은 너무나도 인간적인 모습을 파우스트 박사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지만, <파우스트>는 생각할 거리도, 해석의 여지도 많은 작품입니다. 강신주 철학가님께서는 영화 평론에는 답이 없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정확하게 맞는해석은 없지만 조금 더 좋은해석이 있다고 말씀하신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마 관객 여러분들 중에서는 강신주 철학가님과 비슷한 해석을 하신 분들도, 전혀 다른 해석을 하신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존재하지만, 각자의 해석을 통해 영화를 받아들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이을까요. 이번 시네토크에서는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의 독창적인 해석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시네토크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점은 순수예술이라고 불리는 영화들에 대해 관객의 입장으로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영화 <파우스트>는 여전히 쉽지 않은 영화입니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는 이 영화,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기분좋은 일은 없겠지만 대부분의 예술영화들이 그렇듯이 <파우스트>도 관객들에게 쉬운 이해를 허하지는 않습니다. 러시아 영화 특유의 형식주의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며 해석을 하게 만듭니다. 이전 작품들보다는 덜 하지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롱테이크도 여전히 빈번하게 사용되지요. 이를 견디지 못하고 졸음을 맞이하는 관객들은 묘한 패배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강신주 철학가님은 예술영화는 상업영화에 비해 솔직하다고 말합니다. 예술영화는 거만한 천재 예술가의 거만한 작품이 아니라, 자신만의 뚜렷한 세계를 가지고 있는 예술가의 솔직한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그 세계를 오롯이, 솔직하게 표현해내려고 하다보니 다른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경지에 도달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우리가 모든 사람들의 속마음을 완벽하게 알 수 없듯이, 영화감독의 속마음또한 완벽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자신이 느낀대로, 자신만의 경험을 통해 영화를 받아들여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번 시네토크를 통해 많은 관객분들께서 예술영화에 대한 부담감, 해석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내실 수 있었을거라 생각합니다.

 

당신이 파우스트였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요? 영화 <파우스트>는 세대를 막론하고 우리에게 주어지는 이 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영화 <파우스트>, 그리고 강신주 철학가님과 함께했던 시네토크가 여러분만의답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쓴이 : 모모 일일기자 심성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