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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사랑의 찬가 (Love So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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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좋은 영화를 또 봤다. <내 어머니>와 <파리에서>를 만든 크리스토프 오노레 감독의 <사랑의 찬가>는 고다르나 트뤼포가 1960년대에 만들었던 누벨바그 영화들과 자크 드미가 만든 프랑스 뮤지컬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라고도 할 수 있는 영화로, 루이 가렐과 뤼디빈 사니에가 커플로 나온다고 해서 예전부터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실제로 보니 기대한 것보다 더 좋았다.

영화는 이상한 삼각 관계로 시작된다. 고등학교 때부터 8년 동안 사귀어 온 이스마엘과 줄리는 현재 이스마엘의 직장 동료인 알리스와 함께 셋이서 한 침대를 쓰고 있다. 자신이 무성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오랜 연인 사이에서 성적인 긴장감과 질투를 유발시키기도 하고, 다툰 둘을 화해하게 만들기도 한다. 셋이 즐겁게 달리는 장면은 삼각 관계의 고전인 트뤼포의 <쥴 앤 짐>이 떠오르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영화와 가장 닮은 영화는 자크 드미의 <쉘부르의 우산>일 것이다. 우선 둘 다 샹송으로 이루어진 뮤지컬이며, 사랑이라는 감정 속에서 배우들이 굉장히 아름답게 그려진다. 또한 세부적으로는 인물들이 노래하면서 미끄러지는 것처럼 나아가는 트랙킹 샷의 쓰임에 있어서도 그렇다. (그러고 보니 <쉘부르의 우산>의 주인공 카트린느 드뇌브의 딸인 치아라 마스트로얀니가 <사랑의 찬가>에서 줄리의 언니 역할로 나오고 있기도 하다.) 비슷한 점은 구성 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쉘부르의 우산>처럼 <사랑과 찬가> 또한 출발, 부재, 귀환이라는 부제가 붙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부재라는 단어가 암시하듯이 영화는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급격하게 방향이 전환된다. 사랑하는 이의 부재는 비참한 외로움의 시기이기도 하다. 마치 자크 드미의 뮤지컬 속 세계와도 같이 사랑이라는 환희에는 슬픔이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스마엘을 사랑하는 착하고 이상적인 게이 소년의 등장처럼 남겨진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귀환은 회복을 의미한다. 전작인 <파리에서>처럼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모색하는 <사랑의 찬가>는 그에 대한 해법으로 영화의 마지막 대사처럼 조금 덜 사랑하고, 더 오래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러한 드라마를 이끄는 중요한 시각적인 모티프는 파리의 풍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오프닝을 포함해서 거의 대부분 로케이션으로 촬영된 화면은 일련의 누벨바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파리의 자유롭고 쓸쓸한 분위기에 찬사를 보낸다. 친밀하면서도 낯선 타인들과의 관계를 그리는 영화에 있어서 도시는 그 자체로 가장 큰 주인공이다. 심지어 괴로워하며 거리를 걷는 이스마엘에게 도시는 간판의 이름들을 통해 말을 건넨다. <사랑의 찬가>는 파리라는 도시가 없었으면 만들어지지 못했을, 도시에 사는 젊은 이들을 위한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