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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세상의 모든 애니메이션 - 아트하우스 모모 개관 기념 영화제


이화여대 ECC 내에 들어선 아트하우스 모모의 개관기념 영화제인 "세상의 모든 애니메이션"이 지난 주 목요일부터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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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개봉작 중에서 엄선된 <갓파쿠와 여름방학을>,<철콘 근크리트>,<시간을 달리는 소녀>,<귀를 기울이면>,<페르세폴리스>,<아주르와 아스마르>,<곰이 되고 싶어요>,<프린스 앤 프린세스>와  SICAF 상영작 중 추천 작품들, 그리고 안시와 오타와 애니메이션 영화제 수상작들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다.

디즈니나 픽사, 드림웍스 등의 헐리웃 애니메이션이 아닌, 혹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이 아닌 경우에는 애니메이션 작품이 국내에서 흥행한 경우가 많지 않지만, <아주르와 아스마르>처럼 개봉 기간이 짧아서 아쉬워 하는 분들이 많았던 작품이라든가, <귀를 기울이면> 같은 작품은 관객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직 아트하우스 모모의 홍보가 부족해서인지 객석의 빈 자리들이 허전하기만 하다.

SICAF 상영작 중에서 브루노 보제토의 작품은 지금으로부터 까마득한 옛날로 여겨지는 대학교 때에 <알레그로 논 트로포>를 강당에서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 이번에 다시 보면서 기억을 되살려 볼 작정이다. 브루노 보제토는 그래도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작품도 많이 했던 작가이지만, 씨네큐브에서 예전에 상영했던 르네 랄루의 <판타스틱 플래닛>과 <타임 마스터>에서 느껴지듯이, 유럽의 애니메이션은 (마치 유럽 영화들이 그러하듯이) 작가주의 성향을 띄는 방향으로 명맥을 이어온 것 같다.

즉, 영화에서 헐리웃이 스튜디오 중심으로 제작을 하면서 상업적 성격을 추구하듯이, 헐리웃 애니메이션도 비슷한 노선을 따랐던 것 같고, 유럽 쪽에서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이나 예술성과 실험성을 강조하면서 개인적이고 창의적인 작품세계를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나 할까... (물론 미국에도 작가주의 감독들이 있고, 유럽에도 상업적 작품들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럽의 애니메이션들이 난해하고 심각한 작품이라는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미셸 오슬로의 작품들만 해도 어린이들이 쉽게 즐길 수 있을 만큼 단순하면서도 재치있는 유머를 구사하고 있으며, 우리는 단지 그 화면의 예술성에 감탄하기만 하면 된다. 미셸 오슬로가 <프린스 앤 프린세스>에서 보여준 실루엣 애니메이션의 창시자로 알려진 독일의 로테 라이니거가 1920년대에 3년에 걸쳐서 만들었다고 하는 <아흐메드 왕자의 모험>을 본 적이 있는데,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작품은 지금 보아도 신선하고 흥미로운 모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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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이나 러시아에도 아름다운 영상으로 유명한 작가들이 많고, 캐나다의 프레데릭 벡도 빼놓을 수 없고... 예술성을 추구하는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모아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으면 좋겠지만, 늘 관객의 호응도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디즈니메이션과 저패니메이션 사이에서 나름대로의 독자성을 유지해 가고 있는 유러니메이션이 우리나라에도 좀더 널리 알려지고, 관객층을 많이 확보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