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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맘마 미아!] 아바를 좋아하지 않는 한 사람의 삐딱한 영화감상기


맘마 미아! (Mamma Mia! The Movie)
필리다 로이드 감독, 2008년

그럼에도 거부할 수 없는 아바의 매력

개인적으로 아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Dancing Queen’은 그래도 즐겨 듣는 편이지만 말이다. 단지 그들과 같은 시대를 보내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건 전적으로 음악 취향의 차이다. 카펜터스도 좋고, 비지스도 좋지만, 아바는 아무리 듣고 또 들어도 친해질 수 없었다. 아바의 음악은 팝송의 모범답안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맘마 미아!>를 봤다. 스크린에선 끊임없이 아바의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몇몇 관객들은 노래를 따라 부를 정도였다. 관객들이 영화와 하나가 된 광경을 본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오로지 나만이 스크린이 전해주는 그 흥겨움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바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동안 멀리했던 아바 음악에 대한 관심이 생겨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문제는 내러티브였다.


뮤지컬영화에서 완벽한 내러티브까지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 것이다.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맘마 미아!>에는 어쩐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엄마는 결혼이라는 구속 대신 자유로운 관계를 택했다. 그런데 딸은 반대로 결혼에 집착하며 부재했던 아버지의 존재를 찾으려고 한다. 그러니까 엄마는 어딘가에 얽매이는 걸 싫어하는 ‘자유주의자’인 반면, 딸은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주의자’인 것이다. <맘마 미아!>에선 이 두 대립적인 가치관이 끊임없이 충돌한다. 영화는 자연스럽게 고민에 빠진다. 만약 자유주의를 택할 경우 아버지의 존재를 찾겠다는 딸의 노력과 결혼은 물거품이 돼야만 하며, 보수주의를 택할 경우엔 엄마의 자유로운 가치관에 대해 비판의 화살이 향해야 한다. 그런데 <맘마 미아!>는 그런 충돌의 극적 해소에는 별 관심이 없다. 왜냐면 이 영화는 신나는 춤과 노래로 가득한 뮤지컬영화이기 때문이다. 만약 영화의 결말이 지나치게 갑작스럽다고 느껴졌다면 그건 애초부터 영화가 지닌 피할 수 없는 한계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영화는 오히려 당당하게 이런 것도 뮤지컬영화에서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바로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하이라이트 무대로 이어지며 관객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간다.

그러니까 참 우스운 것이다. <맘마 미아!>를 보며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니 말이다. <맘마 미아!>는 비록 허술한 내러티브라는 허점이 있긴 하지만, 그런 빈틈을 아바의 노래들이 확실하게 메우고 있다. 결국 <맘마 미아!>는 아바의 노래들이 지닌 그 흥겨움과, 그들의 노래를 좋아했던 사람들의 향수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영화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은 남는다. 아바의 음악이 정말 영화에서처럼 ‘자유주의’의 상징인지에 대한 질문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맘마 미아!>의 자유주의적이고 진보적인 메시지들이 모범답안 같은 아바의 음악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래서 한때 섹스 피스톨즈를 좋아했다는 해리가 아바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은 어쩐지 어색해보였다. 답은 두 가지일 것이다. 사실은 자유주의를 추종한 아바의 음악을 혼자서 모범답안과 같은 보수적인 음악이라고 착각을 한 것이거나, 아바의 지나간 추억들을 낭만적으로 포장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끌고 온 설정이거나 말이다.


삐딱한 이야기만 잔뜩 썼지만 그렇다고 <맘마 미아!>가 별 볼 일 없는 영화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아무리 아바를 좋아하지 않았어도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흥겨운 음악에는 몸을 가만히 놔두기 어려웠으니까 말이다. 확실한 것은 아바 음악이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대중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여전히 그들의 음악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이렇게 뮤지컬과 영화로까지 만들어지는 이유일 것이다. 게다가 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그리스의 이국적인 풍경도 관객들의 시선을 이끌만하다. 온갖 삐딱한 생각을 하며 영화를 보긴 봤지만, 그런데도 한편으로는 아바의 음악이 듣고 싶어졌고, 기회가 된다면 원작 뮤지컬도 보고 싶어졌다. 어쨌거나 아바의 매력만큼은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