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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소닉 유스: 문샤인 프로젝트] 고등학생들의 당돌한 음악다큐멘터리


소닉 유스: 문샤인 프로젝트 (Sonic Youth: Sleeping Nights Awake)
마이클 올브라이트 감독, 2007

3대의 카메라로 담아낸 소닉 유스의 모든 것

<소닉 유스: 문샤인 프로젝트>는 아주 특별한 음악다큐멘터리다. 록밴드 소닉 유스 때문이 아니다. 이 영화를 찍은 7명의 고등학생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통해 영화 교육을 하는 비영리단체 ‘프로젝트 문샤인’에 소속된 이 7명의 고등학생들은 자신들의 첫 작품으로 소닉 유스의 공연을 담기로 하고, 이들의 귀여운(?) 제안에 소닉 유스 멤버들이 흔쾌히 응하면서 <소닉 유스: 문샤인 프로젝트>는 완성됐다. 영화는 2006년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네바다주 리노에 위치한 힐튼 씨어터에서 있었던 소닉 유스의 공연을 중심으로 중간중간 멤버들과 스탭 및 관객들의 인터뷰를 삽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고등학생들이 소닉 유스의 다큐멘터리를 찍었다니 그 사실로도 놀랍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완성된 영화가 매우 정직하게 소닉 유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멤버들은 인터뷰를 통해 솔직하게 자신들의 음악에 대해 얘기한다. 리 레이날도는 “우리들은 어떤 목적을 갖고 음악을 만들지 않고, 음악이 자신들을 이끄는 대로 연주를 할 뿐이다”며 “죽음처럼 음악이 자연스레 사라지는 날까지 계속해서 공연을 할 것”이라고 음악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고, 킴 고든은 노래를 부르는 것에 대해 “변칙 튜닝에 맞춰 노래하는 게 힘들어서 싫다”고 의외의 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 그런 이야기들을 마치 일상적인 대화처럼 꺼내고 있기에 더욱 진실함이 느껴진다. 또한 공연장에서의 묵묵한 모습과는 달리 가볍게 농담을 건네기도 하는 써스턴 무어의 유머러스한 모습은 한 위대한 뮤지션의 감춰진 인간적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슬며시 미소가 생기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소닉 유스: 문샤인 프로젝트>가 다큐멘터리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은 공연 실황을 담은 장면들 때문이다. 영화는 10곡의 노래들을 들려주고 있는데, 이들의 가장 최근 음반인 <Rather Ripped> 수록곡뿐만 아니라 ‘100%’ ‘Kool Thing’ ‘Moto’ 등 이전의 발표했던 대표곡들까지 포함되어 이들의 변화한 음악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샤인 어 라이트>에서 총 16대의 카메라를 가지고 치밀한 계산을 통해 롤링 스톤즈의 생생한 공연을 담아냈지만, 이 7명의 고등학생들은 단 3대의 카메라만으로 소닉 유스의 공연을 ‘날 것’ 그대로 담아냈다. 물론 이는 뉴욕에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다 고향 리노로 돌아와 ‘프로젝트 문샤인’을 만든 마이클 올브라이트가 최종 편집과 연출을 맡은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아마추어 고등학생들이 촬영한 공연 장면이 <샤인 어 라이트>만큼이나 생생함을 전해주는 것은 촬영에 임하는 이들의 태도가 소닉 유스의 음악과 닮았기 때문이다. 변칙된 튜닝에서 나오는 불협화음, 소닉 유스의 음악에는 언제 어떻게 변화할 지 알 수 없는 불안이 감춰져 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처럼 치밀한 계산을 통해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공연장의 공기를 담아낼 수 없다. <샤인 어 라이트>가 근사한 공연을 편하게 자리에 앉아서 본 기분이라면, <소닉 유스: 문샤인 프로젝트>는 공연장 맨 앞에서 다른 관객들과 슬램을 하며 보는 기분의 영화다. 노래를 부르는 써스턴 무어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장면에서는 음악과 하나가 되어가는 한 사람의 예술적인 경지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가슴이 벅찰 정도다.

소닉 유스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소닉 유스: 문샤인 프로젝트>도 마냥 지루한 다큐멘터리일 것이다. 80분 남짓한 시간동안 조악하게 촬영된 흑백화면을 보는 것도 고역스러운 일인데다가, 친근하지 음악들이 전하는 생경함을 견뎌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닉 유스가 누군가? 현존하는 록밴드들 중 예술가의 경지에 이른 몇 안 되는 밴드들 중 하나 아닌가? 대중음악과 예술의 경계가 어디인지 궁금하다면 소닉 유스의 음악을 들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소닉 유스는 밴드 이름처럼 여전히 젊다. 음악에 대한 이들의 태도에서는 배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1981년 데뷔해 지금까지 활동을 하고 있는 이 위대한 밴드의 음악에 지금의 10대들도 열광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놀랍다. 7명의 고등학생이 이토록 당돌하게 다큐멘터리 제작에 발을 내딛게 된 것도 결국엔 소닉 유스 같은 밴드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 <소닉 유스: 문샤인 프로젝트>는 올해 시네마디지털 2008에서 상영됐으며, 시네마 상상마당의 두 번째 음악영화제 '음악, 영화를 연주하다'에서 상영되고 있다.

* 영화에 나오는 노래들은 다음과 같다: Do You Believe In Rapture? / Incinerate / Kool Thing / Pink Stream / Jams Run Free / Moto / 100% / Tom Violence / Shaking Hell (이날 공연의 전체 세트리스트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음)

* '프로젝트 문샤인'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