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14장은 세례자 요한의 죽음이 묘사되어 있다. 헤로데 왕의 잔칫날에 춤을 추어 왕의 환심을 산 헤로디아의 딸 살로메가 요한의 목을 요구함으로써 요한이 죽게 되었다는 것이다. 성경에서 살로메라는 여인이 요한의 목을 요구하게 된 것은 그녀의 어머니인 헤로디아의 영향이 컸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아름다운 여인의 소원으로 인해 예언자이며 세례자인 요한이 비참한 죽음을 겪게 되다는 이 구절은 끔찍하면서도 호기심을 자아낸다. 오스카 와일드는 마태복음의 구절에서 상상력을 발휘해 성경 속에서 잠시 등장하는 살로메라는 여인을 중심으로 비극을 만들어냈다. 살로메는 성경에선 그저 어머니의 요구를 위해 왕에게 요한의 목을 요구했던 수동적인 면이 있었지만 오스카 와일드는 성경과 달리 적극적으로 인물을 향한 욕구를 드러내는 여인의 심성을 부여했다. 또한 근친상간적인 요소와 선지자를 향한 한 여인의 집요한 사랑 등 19세기 말 당시 영국의 보수적인 사회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점도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 삽입된 오브리 비어즐리라는 화가의 삽화는 희곡의 기괴하면서도 섬뜩한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희곡인 '살로메'는 달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대화로 진행된다는 점이 특징인데, 달을 바라보는 인물들 간의 시선이 다르다는 점이 특징이다. 젊은 시리아인은 달에서 아름다운 매력을 가진 살로메 공주를 연상한다면, 헤르디아의 시종은 달에서 죽음을 찾아다니는 사냥꾼을 발견한다. 이렇게 달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상반된 시선은 치명적인 아름다움과 무언가를 원하는 순간 끝까지 추적해 이루어낸다는 집요함을 동시에 갖춘 살로메의 두가지 내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인물들 간의 반복적인 대화 후 살로메는 독백을 하며 등장하는데, 자신을 바라보는 헤로데 왕의 음흉한 시선을 견디지 못한 체 연회장을 빠져나왔음을 고백한다. 이후 그녀는 달을 바라보며 순결한 처녀의 아름다운 심성을 발견한다. 살로메가 달을 바라보는 시선은 곧 그녀가 한 남자를 향한 열렬한 사랑을 하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우물에서 예언을 하는 요한의 목소리를 들은 살로메는 그 곳에 있는 요한이란 남자를 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왕의 엄명으로 그를 볼 수 없다는 시리아 인의 설명을 들은 살로메는 자신이 가진 치명적인 아름다움과 교태로 그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무언가를 원하는 순간 다른 사람을 유혹하면서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그녀의 모습은 집요한 인간의 심성을 느낄 수 있으며 이후 요한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서도 집착적인 감정을 잘 드러낸다. 우물에서 나온 요한이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은 체 예언을 이야기 하는 동안 살로메는 그의 말을 들으며 끊임없는 호기심을 가진 체 그를 호감있게 바라본다. 살로메가 요한을 바라보는 시선은 점점 그의 육체를 향해 집중되고 요한은 그녀의 모습에 거부감을 표시하며 자신의 예언을 관철한다. 살로메와 요한은 이후 반복적인 대사를 하며 한 여인의 신체에 대한 집착을 서서히 드러낸다. 요한의 하얀 몸을 만져보고 싶다는 살로메는 요한이 이를 거부하자 하얀 육체에 저주를 한 후 검은 머리를 만져보고 싶다고 요청한다. 하지만 다시 거부를 당한 그녀는 요한의 붉은 입술에 키스하고 싶다고 말한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살로메의 신체를 향한 집착은 굉장히 집요하면서도 적극적인 여인의 모습이 연상된다.
이후 헤로데와 헤로디아가 무대에 등장하게 되는데,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헤로데가 살로메를 자신의 의붓딸이 아닌 한 사람의 연인으로 바라보고 있음이 드러난다. 살로메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여인을 향한 욕정을 드러내는 헤로데의 모습과 자신의 딸이 왕에게서 떨어지도록 하기 위해 그녀를 쳐다보지 말라고 거듭 말하는 헤로디아의 대사는 두 사람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을 촉진한다. 한편 헤로데는 달을 바라보며 연인을 찾아다니는 실성한 여인을 연상시킨다고 말하는데, 그의 말이 마치 살로메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반면 헤로디아는 달은 달일 뿐이라 말하며 그의 말을 일축하는데, 달을 보고 무언가를 떠올리는 헤로데의 공상적인 모습과 달리 헤로디아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현실적인 면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두 사람의 상반된 시선은 예언을 하는 요한의 등장 이후에도 반복된다. 헤로디아는 요한의 예언이 자신을 향한 비난임을 인식하면서 그를 처벌할 것을 요구하지만 헤로데는 그녀와 달리 요한의 예언을 다른 면으로 인식한다. 그는 헤로데가 형을 죽이고 형의 아내인 헤로디아를 취했던 과거의 사실에서 불안감을 느낀다. 카이사르의 사절단을 영접하면서 행복을 느낀다고 애써 말하지만 어디선가 들려오는 날갯짓을 느낀 헤로데는 뭔가 모를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헤로데는 자신의 딸인 살로메가 춤출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살로메가 그의 요청을 좀처럼 들어주지 않자 헤로데는 그녀의 소원을 모든지 들어준다는 약속을 하면서 그녀에게 춤을 추도록 유도한다.
좀처럼 헤로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던 살로메는 그에게서 거듭 약속을 받아낸 후 춤을 추기 시작한다. 살로메의 춤을 보면서 불안감을 해소하고 기쁨을 얻은 헤로데는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심하지만 그녀가 다름아닌 요한의 목을 요구하자 당황하기 시작한다. 이후 헤로데는 자신의 왕국의 진기한 것들을 열거하기 시작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요한의 목을 요구한다. 살로메는 자신의 춤으로 인해 헤로데의 왕국의 절반까지 소유할 수 있었지만 그것보다 가치 없게 느껴지는 요한의 목을 요구한다. 이후 살로메는 자신의 독백을 통해 그녀가 그토록 요한의 목을 요구한 이유가 다름아닌 사랑이었음을 드러낸다.
아! 요한, 요한! 당신은 세상 남자들 가운데 내가 사랑한 단 한 사람이었어! (중략) 당신은 당신의 신만 보고 나는 보려 하지 않았어. 당신이 나를 보았다면 분명 나를 사랑했을텐데. (중략) 나는 당신의 아름다움을 갈망해. 나는 당신의 몸을 갈망해. 술도 사과도 나의 갈증을 잠재우지는 못해. (중략) 당신이 나를 보았다면 분명 나를 사랑했을 텐데. 분명 당신은 나를 사랑했을 거야. 사랑의 신비는 죽음의 신비보다 더 강한 거란 말이야.
살아있는 육체를 통해 요한을 접하지 못할 것임을 알게 된 살로메는 요한을 죽여서라도 그의 신체를 접하고 싶어했던 것이다. 사람을 죽여서라도 자신의 사랑을 충족시키려는 살로메의 모습은 충격적이고 끔찍하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론 이렇게까지 하면서라도 그의 자취를 느끼려는 살로메의 모습은 적극적인 여인의 사랑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결국 살로메의 일방적인 사랑은 요한의 예언처럼 그녀를 파멸로 이끌면서 비극으로 마무리된다. 성경의 비극이 한 여인의 철없는 소원으로 이루어지게 되는 세례자 요한의 비참한 죽음이라면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의 비극은 한 남자를 끝내 죽음으로 몰고난 후에야 소원을 성취하게 되는 여인의 집요한 사랑에서 온 비극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살로메의 사랑은 헤로데 왕이 그녀를 바라본 것처럼 기괴하고 공포스럽지만 살로메의 사랑은 자신을 보지 않는 사람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된 비극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살로메가 요한의 얼굴에게 키스하며 느낀 감정은 달콤한 것이 아닌 쓰디쓴 맛일지도 모른다.
ps. 책은 한글 번역본과 작품의 영어판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오스카 와일드는 '살로메'를 프랑스 어로 작성했고 앨프레드 더글라스 경이 이 작품을 영어로 번역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