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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타이드랜드 (Tideland, 2007)



<타이드랜드>가 가장 크게 빛나는 지점은 얄팍하기 짝이 없는 가족 이데올로기와 함께 '어린 아이들은 순수하다'라는 맹신을 내던져버리고 새로운 윤리적 지평 위에서 이야기를 꾸려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때로는 낯설고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이보다 더 기막힌 현실이란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지 않던가.

그러나 관객으로서 감내해야 하는 <타이드랜드>의 어려움은 난해함이 아니라 지루함에서 온다. 중간에 음료수도 마시고 싶고 하다못해 껌이라도 씹고 싶겠지만 미리 준비해오지 않은 관객은 힘들어도 참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관객의 호응이나 동의를 구걸하지 않으면서 도도하게 나아가다가 마침내 자기 완결성을 드러내는 작품들은 그리 자주 찾아오는 것도 아니니까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영화들 틈에서 <타이드랜드>와 같은 작품은 일반 상영관에서 누려볼 수 있는 최상의 사치에 가깝다. 나는 관객으로서 이렇게 사치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지 않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