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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인터내셔널> - 다국적 기업의 사악함, 그 중에서도 금융 자본의 음모


올해 베를린 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되었던 <인터내셔널>. 다국적 은행의 섬뜩한 음모를 추적하는 인터폴 요원 클라이브 오웬과 그를 돕는 검사 나오미 왓츠가 등장한다. 예전에는 동독 경찰이었으나 현재는 자본주의의 첨병에 서 있는 다국적 은행을 도우면서 암살자를 조종하는 인물은, 악역 전문 배우로 굳혀지고 있는 듯한 아민 뮐러-스탈이 맡았다. 총격 씬 등의 액션이 자주 등장하는 이 영화의 제작에 오우삼이 참여하기도 하였다. 1998년 <롤라 런>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감독 톰 티크베어는 파트리크 쥐스킨트 원작의 소설을 영화화한 <향수>를 연출하더니만, 이번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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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은행이 무기 거래, 쿠데타 지원, 돈 세탁 등을 하면서 탐욕스런 범죄와 살인을 저지른다는 소재 자체는 상당히 흥미롭다.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서 아마도 이러한 정치적 소재 자체가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된 요인이기도 할 것이다. 단순한 오락 영화인 줄 알고 지나쳤다가 나중에 DVD로 보았던 <사하라>도 그랬고, 다국적 회사들의 음모나 선진국들에 기반한 기업들의 가공할 만한 범죄의 고발을 다루는 영화들을 개인적으로 관심있게 보는 편이다.

구겐하임 박물관을 똑같이 세트로 지어놓고 벌이는 무자비한 총격전도 인상적이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이탈리아 정치인 칼비니가 은행의 생리를 설명해주는 짤막한 장면이었다. 은행의 궁극적인 목표는 빚, 즉 채무에 대한 지배권을 갖는 것이라는 것. 개인이든 국가든 간에 채무의 노예로 만들어 자신들이 좌지우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들의 핵심적인 목표라는 설명이 명료하게 다가왔다. 국가는 이미 빚에 허덕이고 있으니, 개인적으로라도 빚을 지지 않도록 애써야 하겠지만, 요즘같아서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게다가 내가 예금한 돈이 살인과 전쟁에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대출은 물론이거니와 예금하는 것조차 꽤나 불쾌해지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