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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heater

<To each his Cinema, 그들 각자의 영화관> I Love cinema and theater

<To each his Cinema> I Love cinema and theater

"그럼 그렇지..."
"이건 ooo 감독 같은데... 아니네..."

친구와 내기에서 이겼다. 8대 7의 아슬한 스코어 차이로^^
누가 보면 영화 보면서 내기할 게 뭐가 있겠나 하겠지만 요사이 씨네큐브에서 볼 수 있는 <To each his cinema, 그들 각자의 영화관>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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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영화관>은 35명의 감독이 만든 33편의 3분 남짓한 짧은 단편을 묶어놓은 옴니버스 영화다. 비슷한 기획을 가진 영화가 가까이 <사랑해, 파리>가 있었고, 앞으로 <사랑해, 뉴욕>, <사랑해, 도쿄> 등이 제작된다고 한다. 하지만 왠지 이들 영화는 시청의 강력한 지원을 받아 홍보성으로 만들어졌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파리, 뉴욕, 도쿄를 가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That's me!!!) <그각영> 역시 깐느 영화제 60주년 기념작으로 만들어졌기는 하지만 깐느와는 큰 연결고리가 없다. 영화를 보는 공간 뿐만 아니라 극장 자체가 가진 의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사랑해> 시리즈와는 차별성을 갖는다. 극장이 없었다면 영화가 이렇게까지 매력적인 매체가 될 수 없지 않았을까?

영화를 보기 전부터 친구와 내기를 걸었다. 내기 종목은 씨네 21의 김혜리 기자가 20자평에서 팁을 준 <영화랑 감독 짝짓기!!!>. 감독들도 소품처럼 가볍게 만든 영화인 만큼 관객도 가볍고 즐겁게 즐겨주는 센스!!!
이름만 대면 어떤 영화들을 만들었는지 머릿 속에 필모그래피가 펼쳐질 정도로 한 가닥 하는 감독들인 만큼 분명한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상영 전에 참여한 감독들의 이름을 자세히 살피고, 영화가 끝날 때마다 이름들을 하나하나 기록했다.

기타노 다케시와 라스 폰 트리에가 등장할 때는 실소를 떠뜨렸고, 총 가지고 관객을 괴롭힐 때는 "저런 짓은 크로넨버그 밖에 안해"하며 정답을 확신했다. 원색의 블루톤 화면은 틀림 없이 아키 카우리스마키 영화였고, 쿠바를 다시 등장시킨 영화는 월터 살레스였다. 구스 반 산트, 허우샤오시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영화는 "3분인데도 어찌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는지" 영화를 위해 태어난 사람들 같았다. 완전 사랑하는 켄 로치와 왕가위를 몰라본 것이 어찌나 미안한지 머리를 쥐어밖았다. 난 8개를, 친구는 7개를 옳게 짝졌다. 친구가 다음 영화를 보여주는 걸로 마무리 짓고, 근처 카페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우리의 영화관'에 대한 각설들을 풀어봤다.

<내기 때문이었는지, 영화가 좋아서 그랬는지> 영화를 보는 내내 미소가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다. 재미있는 단편이었든, 아니었든 단지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진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씨네21의 박평식 평론가의 "울고 웃고 졸던 검은 도서관"이라는 표현처럼 극장은 내게도 그런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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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의 손을 잡고 삼형제가 처음으로 영화라는 것을 보러 간 청주 중앙극장. 아빠의 말로는 그 때 벤허를 봤다고 하는데 10분만에 우리 삼형제가 모두 잠들어 그냥 나왔다고 한다.

* 중학생.. 엄마손 잡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이 어린짓이라며 친구들과 처음으로 "우리 영화보러 가자." 고 나선 청주 도도극장.

* 타이타닉이 개봉할 때는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전타임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상영관에 들어가 결말을 보지 말아야 한다며 친구와 눈과 귀를 막고 오직 정신을 흩트리기에 정신이 없었고

* 여고괴담을 볼 때는 타이밍의 실패로 자리를 못잡아 구석진 자리 보조석을 놓고 고개를 이리저리 빼가며 스크린에 눈을 고정시킨 기억도 있다.

* 영화 시간이 늦어 허겁지겁 들어갈 필요도 없었다. 지방도시의 극장들은 약간의 시간만 허락한다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같은 영화를 볼 수 있는 무지정 좌석제였기 때문이다. 중앙극장에서 8월의 크리스마스는 혼자 2번 보고 3번 보다 졸려서 나왔던 기억...

*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를 보기 위해 이리저리 눈치보며 들어가 성공의 쾌재를 부르던 순간도 있었고, 다툰 친구와 화해하기 위해, 서먹한 친구와 친해지기 위해 찾은 곳도 그 곳이었다.

* 지역 영화동호회가 보기 힘든 영화를 틀어주면 이런저런 핑계대고 야자 다 빼먹고 찾아가 비록 시민회관과 같은 불편한 자리였지만 그 공간이 너무 행복했다.

* 군대 첫 휴가를 나와 무슨 영화가 하는 줄도 모르고 심야 상영 티켓을 끊어, 극장의 불이 꺼지는 순간 가슴 뭉클했던 기억은 아직도 짜릿하다.

그런 행복들은 점점 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다. 일상이 되어버려서 고마움을 모르게 된 걸까? 이제는 모두 없어지고 멀티플렉스로 채워졌지만 과거 단관 극장들과 함께 하면서 느꼈던 잊어서는 안될 감정들을 <그각영> 영화 한 편으로 다시금 기억하게 됐다. 고맙고도 고마운 일이다.

I LOVE THEATER and CINEMA!!!

P.S. 마이클 치미노와 코엔 형제의 영화가 빠졌다고 한다. 상업적 이용을 거부했단다. DVD에는 들어있단는데... 하나 구입해도 후회하지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