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나는 벨기에 시민권을 획득하기 위해 마약에 쪄든 클루디라는 벨기에인과 위장 결혼한 알바니아 여인이다. 마약 중독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클루디는 로나의 도움을 간절히 원하지만 아무런 애정없이 클루디와 결혼한 로나는 그를 쌀쌀하게 대한다. 결혼을 통해 벨기에 시민권을 얻은 로나는 자신의 실제 연인인 소콜과 함께 벨기에에서 식당을 영업하고자 하지만 필요한 돈이 부족했던 로나에게 클루디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로나는 클루디와 이혼신청을 한 후 러시아인과 위장결혼하는 댓가로 돈을 지불받기로 했지만 시민권을 획득하기 위해 결혼을 자주 하는 것이 경찰의 의심을 살 수 있기 때문에 클루디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게 된다. 로나의 위장결혼을 주선한 파비오라는 남자는 로나에게 마약중독자가 마약 중독으로 사망하는 것은 일상사라고 말하면서 그를 마약과용으로 살해할 것을 암시한다. 하지만 마약을 끊으려는 클루디가 진통제를 먹고 나서도 금단현상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본 로나는 그에 대한 동정심이 생기게 된다. 그를 죽여서까지 자신의 이익을 얻고 싶지 않던 로나는 클루디가 마약 중독으로 죽게 하는 방법 대신 이혼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가정폭력에 의한 이혼을 하기 위해 로나는 자신의 몸을 벽에 부딪혀 자해를 하고 클루디에게 자신을 때리라고 부탁한다. 클루디는 로나와 이혼 시 돈을 받기로 되어 있었지만 로나가 함께 있어주길 바라던 그는 로나의 부탁을 쉽게 들어주지 못한다. 결국 로나의 자해소동 덕에 그녀는 법원으로부터 이혼 판결을 받아낸다.
하지만 클루디가 금단현상을 이기지 못하고 마약상으로부터 마약을 사려는 광경을 목격한 로나는 마약상을 쫓아낸 후 문을 잠근다. 마약 때문에 폭력적으로 변한 클루디에 대한 동정심이 생긴 로나는 그와 사랑을 나눈다. 로나의 도움 덕분에 가까스로 마약에서 벗어난 클루디는 로나와 함께 자전거를 구입한다. 자전거를 타며 마약을 잊기 위해 길을 달리는 클루디와 그를 바라보며 미소짓는 로나의 모습은 이제 계약 상의 부부에서 볼 수 없는 인간적인 배려가 느껴진다. 하지만 이후 장면에서 로나가 클루디의 옷들을 개서 짐을 싸는 장면을 통해 클루디가 죽음을 맞이했음을 암시한다. 영화는 그가 어떻게 해서 죽음을 당했는지 상세한 묘사를 하지 않지만 로나의 짐정리를 도와주러 온 파비오와의 대화를 통해 클루디가 마약 과용으로 사망하게 되었음을 알려준다. 로나는 결국 자신의 꿈인 식당을 위해 클루디의 죽음을 침묵으로 눈감아버린 것이다.
더보기
이후 로나는 자신과 소콜이 운영할 식당을 둘러보면서 그녀의 장밋빛 미래에 기뻐하지만 계단을 걷다가 발생한 통증으로 주저 앉는다. 클루디와의 관계 후 임신을 하게 되었음을 짐작한 로나는 병원을 찾아가 중절수술을 하려고 하지만 끝내 울음을 터트리며 병원을 나서게 된다. '프로메제'의 주인공인 이고르가 '약속'을 통해 자신의 죄책감을 갖게 됐다면, '로나의 침묵'에서는 '아이'라는 요소를 통해 로나의 양심과 죄책감을 일깨운다. 그녀는 침묵을 통해 마약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클루디의 죽음을 방관했지만 그의 아이를 뱃속에 가짐으로써 더 이상 그가 세상에 남긴 존재를 다시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없었던 것이다. 로나와 러시아 인과의 위장결혼을 주선하던 파비오는 로나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자 그녀를 병원에 데려와 중절수술을 하도록 명령한다. 초음파 결사 결과 로나는 임신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로나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뱃속의 존재를 클루디의 자식이라고 굳게 믿는다.
로나는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러시아 인에게 위장 결혼시 아이를 양육해도 될 것인지 묻지만 오직 시민권에만 목적을 둔 남자는 로나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 자신의 의도대로 위장결혼이 이루어지지 않은 파비오는 점점 로나의 신뢰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파비오는 로나의 연인인 소콜을 불러 진상을 설명한 후 계약을 파기한 댓가로 로나가 벌어들인 돈을 뜯어낸다. 로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소콜에게 설명하면서 자신을 이해해주길 원하지만 위장결혼의 실패로 인한 손해에만 관심 있어하는 소콜은 그녀에게 화를 낸다. 로나는 소콜이 자신보다 그녀의 돈을 더 사랑했음을 깨닫는다. 파비오와 소콜은 각자의 몫을 나누어 가지지만 로나에게는 얼머되지 않은 돈이 남겨질 뿐이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양심을 지키는 댓가로 그동안 모은 모든 재산을 잃고 만 것이다. 파비오는 로나의 전재산을 갈취한 것도 모자라 그녀를 영원히 입막음하기로 결정한다. 알바니아로 떠나기 위해 파비오의 부하와 차를 탄 로나는 남자가 제대로 된 방향이 아닌 곳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소변을 보기 위해 차에서 내리는 로나는 자신의 뱃속의 존재에게 '저번에는 그가 죽도록 나두었지만 이제는 너를 지켜줄게'라고 속삭인다.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로나는 돌로 부하를 가격한 후 숲을 향해 내달린다. 으슥한 산장에 도착한 로나는 그 곳에 들어가 마치 아이와 대화를 나누듯이 혼잣말을 하며 잠이 든다. 마치 자장가 같은 피아노 연주곡이 흘러나오는 마지막 장면은 배경음악 없이 일상의 소음이 들려오던 기존의 다르덴 영화들의 결말과는 달리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진다.